인생에서 아이의 죽음보다 더 큰 비극은 없다.
그 후의 삶은 절대 예전으로 돌아가지지 않는다.
-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바라보기 힘들어서 외면하는 진실은 얼마나 많은가.
그것에 목매달고 있다가 함께 사그라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거짓과 진실을 가르는 익명된 시선과 권력의 논리.
딸을 잃고 아내를 잃고 홀로 선 벼랑에서 죽을 각오로 진실을 마주하려는 우진에게
딸이 죽은 그날은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어느 때로 돌아가든 답은 같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이 된 이유는 악마들이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p.377
의문과 공감, 분노와 죄책감을 차례로 밟으며 이 책을 읽었다.
평혼했던 한 가정에 던져진 불씨.
내가 아니어서 다행인 우진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진실을 마주 볼 수 있었을까.
우진과 같은 이에게 두려움 없이 손을 내밀 수 있었을까.
우진이 찾아낸 진실은 안타깝고 허무했고
언제가 들어 본 이야기인 듯도 했고
만약에, 만약에, 를 자꾸 되뇌이게 했지만,
호기심으로 펼쳤고 빠르게 읽혀졌던 이 책이
여전히 마음속에 펼쳐져 있는 이유는,
어딘가에서 억울함 속에 스스로를 가두려는 이가 있을 것이고
타인의 감정과 면죄를 위해 한순간 사라지는 목숨이 있을 것이고
진실은 돈과 권력의 힘으로 만들어지며
나는 변함이 없이 두려움을 입막음한 채 진실과 거짓 사이를 곡예하며 살고 있기에.
끊임없이 죄인임을 시인하며 살아야하는 삶,
책으로 그것을 마주 본 일이
가장 공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