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줄 알았다.
사람의 마음도, 세상의 이치도, 살아가는 방법도.
어른들은 늘 “크면 알게 돼”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이 마치 주문처럼 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마법처럼 모든 게 선명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세상은 여전히 낯설고,
마음은 여전히 흔들린다. ‘어른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은
내게 아주 오래된 질문 하나를 꺼내 들게 했다.
나는 과연 어른일까?
아니면 어른인 척 살아가는 아이일까?
이 책은 지혜를 나이의 부산물이 아닌,
삶의 태도이자 훈련 가능한 능력으로 풀어낸다.
타인을 품는 연민, 자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능력,
복잡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삶을 관통하는 유머감각까지.
그것들이 모여 지혜를 이루고,
지혜는 곧 ‘어른다움’을 이룬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다그치지 않고,
듣고, 기다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감정을 함부로 쏟지 않고, 말에 여백을 두던 사람.
어린 나를 진심으로 대하되 위에서 누르지 않았던 사람.
그 사람은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지혜로워서 어른 같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지혜는 훈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단지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감사일기 쓰기, 명상, 문학 읽기 같은
작고 단순한 실천이 지혜의 씨앗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말에 나는 마음이 놓였다.
완벽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나의 마음을 돌아보고,
다른 이의 마음에 가닿으려는 연습을 이어가면 된다.
요즘 들어 아이들의 인성을 걱정하는 어른들이 많다.
매너가 없다, 배려가 없다, 공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으로 인성을 보여주고 있을까.
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치려고 애쓰기보다는,
내가 먼저 배우고 싶다.
지혜롭게 말하고, 행동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어른이 먼저 어른다워지기를.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인성교육을 위한 중요한 재료로 삼고 싶다.
‘좋은 아이’가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감사일기를 써보고,
작은 갈등 앞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워보려 한다.
지혜는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마음 하나에서 시작된다고 믿으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마침내 알게 되었다.
나이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어른다워지려 애쓰는 사람이
어른이 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