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사건, 사고 뉴스를 찾아보고 범죄나 과학수사 영화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 흉악범죄만 해도 여러 건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판사, 중앙부처 공무원, 방송 출연 및 작가 등 다양한 이력이 있다. 그런 다양한 이력 탓인지 이 책은 한 분야의 전문가만이 쓸 수 있는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범죄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영리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과학수사가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흉악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량을 낫게 선고받아 버젓이 사회를 돌아다니는 범죄자와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름들이 있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의 흉악범죄부터 최근에 일어난 범죄까지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평소 왜 판사들은 사형을 내려도 시원찮을 범죄자들에게 낮은 형량을 내리는 건지, 조두순 같은 흉악범에게 겨우 12년만을 선고한 판사는 왜 그런 건지 궁금했는데 이 책은 보통의 사람들이 범죄에 가질 법한 궁금증을 속속들이 알고 속 시원한 설명을 해 준다.
각 장에는 소제목이 있는데 ‘소머리곰탕으로 소머리를 재구성하기’와 같은 (범죄 사건을 복원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판사가 하는 일) 이해하기 쉬운 비유와 말로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지식도 많았다. 판사의 입장에서 증거가 부족할 때는 공소사실 전체나 일부를 무죄로 인정해야만 한다는 사실, 판사의 양형이 약해지는 이유(정말 궁금했던 점이다),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라 교화, 교정하는 곳이라는 것과 교도소의 역사와 우리나라 교도소의 수형자 생활(이런 걸 누가 알려주겠는가), 범죄의 원인을 범죄경제학, 범죄생물학, 생물학적 유전 등으로 따져보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범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범죄자에 대한 양형을 현실화하는 방법, 범죄예방을 위해 법 자체를 고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저자라고 몸 사리지 않고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점이 돋보였다.
책의 에필로그에는 ‘횡단보도’로 예를 든, ‘강자와 약자, 다수와 소수가 공존하며 정의를 유지하는 방법’과 ‘누구나 적어도 사는 듯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저자의 말로 마무리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정의로운 사회를 유지하는 순환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범죄와 관련된 사실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와 함께 우리 사회가 정의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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