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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 조해진
  • 13,500원 (10%750)
  • 2024-02-16
  • : 7,389

「로기완을 만났다」는 2011년에 초판 발행된 조해진 작가의 개정판 장편소설이다. 최근에 조해진 작가의 다른 책, 「겨울을 지나가다」를 읽고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 엄마의 죽음을 일상을 이어가며 극복해가는 모습을 통해 독자인 나도 위로를 받았다. 추운 그늘에서 빛이 머무는 공간으로, 누군가 내 손을 잡아끄는 듯했다. 평소 억지 위로로 끝내는 소설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던 나는 조해진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이런 위로도 있구나, 생각했고 문장이 만들어내는 힘과 작가와 독자의 연대를 경험했었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기에 그 내용이 궁금했다. 탈북청년을 다뤘다니, 탈북민의 고통과 어려움에 초점을 맞춘 다른 소설을 떠올렸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조해진 작가님은 로기완을 값싼 동정심으로, 소설 속 소재로 소모하는 걸 경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탈북민인 로기완의 힘겨운 삶에 깊은 연민으로 빠져들기보다는 그의 행적을 좇아가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나’의 서술로 그려진다. 나는 로기완의 일기가 책 속에서 직접 글로 등장하지 않고 그의 삶을 따라가는 ‘나’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점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저 타인을 대상화하고 동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삶이 나와 연결되어 있으며 내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로기완을 가까이서 접하고 그의 난민 인정을 도운 ‘박’ 또한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는데 그도 ‘나’와의 교류와 대화를 통해 과거의 아픔에서 한 발 나아간다.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을 죽음(더 나빠지는 상태)에 이르게 한 과거가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만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나’의 서술만으로도, 로기완의 삶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안타까워서 마음이 먹먹했다. 그러나 로기완은 소외된 약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삶과 ‘박’의 삶을 연결하고 삶으로 더욱 끌어올린다. 고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야만 하는 살아있는 자의 숙명과 동떨어져 보이는 타인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책장을 다 넘긴 후 세 사람의 이야기는 읽는 독자인 나를 향한다. 나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았나, 누군가의 희생이나 도움을 통해 이 자리까지 왔음을 잊고 있지 않나, 앞으로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만 할까.

근래에 읽은 장편소설 중 가장 마음의 울림이 큰 소설이었다. 다 읽고도 책이 내게 던지는 질문들을 품고 오래 생각했다. 넷플릭스의 영화로는 보지 못했지만 나는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는 재미와 벅찬 감동, 독서 후의 여운까지, 책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을 조해진 작가님의 유려한 문장으로 누려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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