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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청
  • 김혜진
  • 13,500원 (10%750)
  • 2022-10-21
  • : 1,876
김혜진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고 쭉 따라 읽어온 독자로서 이번 소설도 역시 김혜진 작가님! 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해수와 세이가 순무라는 고양이를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회복되는 과정이, 타인의 삶을 자신의 편견으로 침범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과정이 좋았다. 김혜진 작가님의 인물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태도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이것은 물론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결말 부분에서 해수가 세이 아빠에게 그렇게 말해야 했을까. 세이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것, 사과하는 법을 배워야한다는 것.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그 지점에서 해수의 아픔과 상황에 공감하던 마음이, 경청하던 마음이 깨어져 버렸다.

어른인 해수가 먼저 행한 사과에는 공감하지만 세이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해수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른의 방식으로 아이의 방식을 결정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이도 사과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것은 왕따와 폭력을 가한 다른 아이들이 세이에게 먼저 사과한 후에, 그 다음에 행해져야만 한다. 어른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왕따와 폭력을 당해온 세이에게, 피구경기장에서 먼저 잘못했으니 네가 먼저 사과하라는 게 맞는 걸까? 그리고 나서 다른 일은 방법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고? 그 말을 아무런 상처 없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가 있을까? 믿었던 아줌마에게서 흘러나온 그 말 또한 세이에게 큰 상처가 아닐까?
학교 현장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단지 일어난 하나의 사건만 보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새롭게 불거지는 사건의 전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 처음부터의 잘잘못을 따져보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세이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해수의 말을 읽고 나는 세이의 입장이 되어, 친구 주현으로부터 피해자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해수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의아했고 그 순간 읽어오며 함께 호흡했던 해수의 감정선과 인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말았다. 해수는 박정기씨에게 했던 잘못을 똑같이 세이에게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해서 회복되었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 해, 하는 편견으로. 그 순간, 경청의 태도는 깨어진다.

나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다 알 수 없는 어른일 뿐이고 김혜진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한 독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하지만 세이의 일을 해수의 일과 연결하기 위해,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아이의 일을 어른의 일처리의 방식과 순서로 처리해 버렸다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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