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호소의 말들.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억울하고 절박하지만 세상적 힘과 방법이 없어서 인권위원회에 호소하는 사람들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인권위 조사관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조사관으로서의 한계를 느끼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처지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쓴다. 처리해야 할 사건이 쌓여있는 가운데 그 사건을 사건번호가 아닌 인물의 이야기로 듣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억울하고 절박한 이웃들,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저자의 경험담은 감흥을 주었다. 그리고 우리도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이 필요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절박한 사람들‘이 사회 약자로만 그려져서 아쉬웠다. 인권침해는 여러 방면에서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약자들의 억울함이 가장 크겠지만, 좀 더 다양한 경우에서 인권침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악질 학부모의 민원 때문이었다. 아이들 간의 다툼에 대해 교사로서 교육적 지도를 했음에도 자기 뜻대로 해결되지 않자 학부모는 나를 괴롭힐 방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로 신고를 했고 조사관이 학교에 나오기까지 했다. 결국 혐의없음으로 처리되긴 했지만 학부모는 계속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민원을 넣어 나를 괴롭혔고, 그때의 상처와 괴로움은 나의 이후 교직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면 인권을 침해받은 사람은 그 학부모일까, 나일까?
여러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학교에서도 인권교육을 통해 타인을 존중할 것을 교육하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양성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