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 다이브 (반양장)
  • 단요
  • 11,700원 (10%650)
  • 2022-05-27
  • : 5,578

  책을 읽기 전, 표지를 들여다보았다. 물에 잠겨있는 거대한 빌딩 숲과 어두운 밤을 밝히는 노란 보름달. 책을 다 읽고 나니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표지의 그림이 책의 내용을 이미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2057년이라는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과 환상적인 부분이 이질적이지 않게 결합하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상기후로 인해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동남아시아처럼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현재를 살고 있어서인지 언젠가는 해수면이 점점 더 높아져서 육지가 잠겨버릴 수도 있다는 소설 속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 속 배경이, 높은 빌딩이나 높은 산만 물에 잠기지 않아서 다이빙하여 필요한 물건을 건져내며 살아가는 2057년 서울의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노고산에 사는 선율이 남산 물꾼인 우찬과 시비가 붙어서 물속에서 좀 더 멋진 걸 찾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내기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기계 인간 수호. 암이 재발에 재발을 거듭해 결국 딸이 죽을 걸 슬퍼한 수호의 부모는 수호의 기억을 간직한 기계 인간을 만들게 됐는데 수호는 서울이 물에 잠기게 된 시점까지의 빈 공백 4년을 찾고 싶어 한다.

 

  이 책은 기계 인간 수호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윤리의 문제를 제기한다. 딸을 사랑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딸이 존재하기를 원했던 수호의 부모님, 기계 인간이 된 수호와 수호의 부모가 겪는 갈등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은 주체적인 인물들이다. 각기 다른 슬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그 상처를 직시할 줄 알고,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스스로 결정한다. 소설 속 인물의 모습을 보며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도 자신의 현실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선율과 삼촌이 기계 인간인 수호를 대하는 태도는 꼭 미래의 기계 인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수호를 깨어나게 한 것을 두고 삼촌이 ‘누군가를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만 반대로 억지로 살려서도 안 된단 말이야. 그 사람이 아니라 널 위해서 한 일이라면 더더욱.....멋대로 배터리를 넣은 시점에서 이미 이기적으로 군 거야.’라고 말한 점이나, 선율이 수호의 기억파일을 열어보기 전에 그것을 열어봐도 될지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기계 인간으로 대변되지만 한 인간을 대할 때의 우리의 자세와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은 205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떠올리게 한다. ‘사고는 예전에 났어도 사람 마음에서는 끝이 안 난다니까.’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는 우리 사회에 일어난 크고 작은 사고들을 연상하며 잠시 문장 안에 멈춰 있었다. 소설 속 인물이 회피하지 않고 자신을 똑바로 마주한 후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 것처럼,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딛고 꿈꾸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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