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보다는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글밥도 일반적인 그림책과 비교해 양이 많은 편이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 저학년 아이들은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채화 느낌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글의 내용을 잘 드러내면서도 더 확장해서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서 집을 잃고 월세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 아연이. 어린아이가 겪는 불안과 슬픔, 어쩌지 못하는 상황과 마음을 그림책에 의지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 책으로 도피한 적이 있는 어른 독자라면 마음 아프게 공감하며 읽을 그림책이다. 한편 이야기의 어떤 부분들은 아이들의 입장보다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쓰이지 않았나, 싶어 아쉬웠다. 사소하게는 아연이가 편의점에서 배 채울 거리로 요구르트를 사는 것도, 도서관에 뜨거운 물을 챙겨가는 것도 실제 아이로서는 하지 않을, 어른스러운 설정이 아닐까. 환상적으로 처리한 결말은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른 독자들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갈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꼭 독자를 어린이로만 한정하지 않고 어른 독자들이 읽어도 좋을 그림책으로 넓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