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단순하게 캐릭터화된 그림체와 간결한 글이지만 다 읽고 난 후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제목인 질문은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되풀이된다. ‘워베공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얼핏 들어서는 걱정해주고 염려해 주는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워베공은 아무 말이 없고 다만 모래사장 위에서 일광욕하고 있을 뿐인데 말 많은 게가 자신의 편견어린 말을 가오리에게 전한다. 일광욕을 하면 먹지 않는 게 당연한데 ‘먹는 걸 무지 좋아하는 워베공이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고. 그 말은 조개, 혹등고래, 바닷새의 입을 통해 한 마디씩 더 덧붙여진, 부풀려진 말로 계속 퍼져나간다.
처음에 말을 만들어낸 말 많은 게가 가장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책임이 없을까? 책에서는 자신이 덧붙여 전한 말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다른 동물들이, 자신이 전해 들었던 동물에게 따져 묻고, 책임은 말 많은 게에게로 돌아간다. 하지만 말 많은 게는 다시 가십을 재생산한다.
결말은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십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던 사람이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통쾌할 것 같다. 가십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후에도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며 계속 피해자를 의심과 편견의 눈초리로 쳐다보니까. 피해자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피해자의 말을 듣지 않고, 말 많은 게와 같은 가해자는 오히려 당당할 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당황스러웠던 결말이 오히려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누군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그 말이 얼마나 피해자에게 괴로운 일인지, 자신의 말에 책임질 것을 강하게 경고하는 것 같았다.
4-7세의 어린이 그림책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