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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무지

대신 나는 뇌가 이마엽 겉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천천히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에계, 고작 그거야? 뇌는 모든 부분을 다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야? 물론 그렇지만, 이마엽 겉질은 특히 독특한 방식으로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5장의 핵심은 뇌에 가소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뇌에서는 늘 새 시냅스가 형성되고, 새 뉴런이 탄생하고, 회로가 재배선되고, 뇌 영역이 확장되거나 수축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배우고, 변하고, 적응한다. 이 점은 다른 어느 영역보다도 이마엽 겉질에게 중요한 문제다.
청소년기에 관해서 자주 언급되는 사실 중 하나는 청소년기의 ‘정서 지능’과 ‘사회 지능’이 IQ나 대학 입학시험 성적보다 성인기의 성공과 행복을 더 잘 예측한다는 것이다.33 이것은 사회적 기억, 정서적 관점 취하기, 충동 통제, 감정이입, 남들과 함께 일하는 능력, 자기 조절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역시 인간처럼 크고 느리게 성숙하는 이마엽 겉질을 지닌 다른 영장류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가령 수컷 개코원숭이가 우세 위계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특징을 지녀야 할까?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근육, 날카로운 송곳니, 시기적절한 공격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높은 지위를 달성했다면, 그 자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사회적 지혜다. 어떻게 동맹을 맺어야 할지 아는 것, 경쟁자를 적절히 위협할 줄 아는 것, 대부분의 도발은 무시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만 전위 공격성을 내보이도록 충동을 통제할 줄 아는 것. 2장에서 보았듯이, 수컷 레서스원숭이의 경우 이마앞엽 겉질의 크기와 우세 수준이 비례한다.
어른의 삶에는 옳은 행동이 확실히 더 어려운 행동인 상황에서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갈림길이 무수히 많다. 그런 상황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이마엽 겉질의 임무이고, 각각의 맥락에 맞추어 그렇게 해내는 능력을 키우려면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어쩌면 이것이 해답일지도 모른다. 8장에서 보겠지만, 뇌는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우리 뇌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영역은 출생부터 청년기 초기까지 타고난 유전자보다는 태어난 후의 경험에 의해 더 많이 형성된다. 이마엽 겉질이 뇌에서 가장 늦게 성숙하는 영역이라는 것은 곧 이마엽 겉질이 뇌에서 유전자의 제약을 가장 적게 받고 경험에 의해 가장 많이 조각되는 영역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사회적 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간의 뇌 발달을 담당한 유전적 프로그램이 이마엽 겉질을 유전자로부터 최대한 해방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니, 거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알라딘 eBook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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