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에게 희망과 가이드를 주기 위해 온갖 은유와 비유를 동원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키티에게 가닿지 않고 자꾸 미끄러지는 듯했다. 키티는 원래 비범할 정도로(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잘 표현하는 아이였음에도, 치료의 도구로 사용하는 말들은 무의미하기만 했다. 키티의 뇌에는수신을 위한 에너지와 공간이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편도체의 힘에 관해 읽은 적이 있다. ‘파충류의 뇌‘로 불리는 부위에 자리한편도체는 우리 회백질의 하드웨어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오래된 곳이다. 편도체의 기능은 아주 강력하면서도 간단하다. 우리가 두려움을 인식하면 편도체는 ‘투쟁할지 도피할지 반응하는 한편, 정교하고 빛나는 전두엽 피질이 내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완전히 압도하는 힘도 지니고 있다. 듣고, 평가하는 건 모두 전두엽이 하는 일이다. 키티는 소용돌이치는 공포와 편도체가 뇌를 장악하려 드는 상황과 싸우느라 어떤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는 매우 지치는 일이었기에, 빵 굽기는 나뿐만 아니라 키티에게도 휴식이었다.-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