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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책읽기

솔직히 말하자. 고백하건대, 나는

이 책을 사지 않을 것이다. 오기로,

안 사련다. 별 쓸 데 없이 부리는 오기이긴 하지만,

배가 아프다. 마음도 좀 아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라고 작게 중얼거려 본다. 그리고 일초도 지나지 않아, 이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탄식한다. 그러나 , 사실 그 탄식은 잘못되었다. 배불러야 한다, 힘들수록, 배부른 생각으로 힘 얻어야 한다.

 

사실,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내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단지 그 단순한 메커니즘대로 움직여줄만큼 내 마음에, 당신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을 뿐이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이내 행복해질 수 있던 시절, 그러나 지금 세월은 그렇지 않다, 라고 탄식하는 나 자신의 마음의 늙음을 본다. 그래서, 이 책 보면서, 배가 아팠고 마음이 아팠다.  '좋아하는 것들'로 소통했던 시절, '좋아하는 것들'에서 힘을 얻었던 시절,은 이미 너무 과거가 되었지만, 과거가 되었지만, 정말 과거가 되어 버렸나, 지금은 안 되나? 쩜쩜쩜.

 

저자가 늘어놓는 '훼이버릿 싱즈'는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저자 개인에게나 의미있을 법한 것인데, 저자와 털끝만큼의 친분도 없는 나는 왜 그것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지 나 자신 멋적어진다. 그의 고양이와 딸과 아내와 함께 하는 일상, 지금의 시간들. 그리고 시간의 축적들, 축적된 시간들의 궤적들, 그 단면들이 하염없이 보기가 좋다, 사랑스럽다, 아무리 과거는 미화된다지만, 그래도, 그래도 참 '무독성'이라, 각종 인간관계의 공해에 찌든 마음에 새삼스럽게 울림을 남기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것, 사람이 선해지는 순간.

 

좋아한다는 것,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것, 그건 참 순한 거다. 단순한 거고, 순수한 거다. 그것만으로 세상을 살 순 없지만, 그것을 잃고 산다면 삶이 너무 팍팍한거다, 독한 거다. 이 책을 읽고, 덮고, '옥수수빵파랑'의 탁월한 색과 판형과 질감의 커버를 만지며,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는 시간, 그게 사실 북극성처럼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말해준다는 것, 너무 단순한 사실인데, 그걸 참 잊고 산다, 우리는. 가끔씩 이렇게 누군가 상기시켜줘야 한다.

 

이 단순한 사실을 상기시켜준 저자에게, 그리고 이런 책을 만든 출판사에게 고맙다.

이 책을 곁에 두고 만지작거리고 싶다, 어쩌면 집에 가는 길에 사고야 말 것만 같다.

 

사족, 이우일의 만화컷의 재기발랄함이 단연 돋보이고, 또 시각적으로만 보아도 매우 감각적이다. 정말 이미지가 받쳐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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