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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책읽기

감동적이다.

달리 사변적인 말을 덧붙이고 싶지 않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 원체 20대는 방황하는 시기인 것 같다. 문제는 제대로 방황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시행착오가 훗날 무엇이 되는지, 어쭙잖게 겉멋든 방황과 어떻게 다른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저자 개인의 인생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저자 역시 대단한 인생의 비밀을 밝히려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방황의 흔적들, 방향들, 그 지표들을 불연속적으로 보여줄 뿐이지만, 그 시간의 공백들은 방황의 진수를 보여주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불연속적인 지표들 속에 방황의 행적과 감성들이 모두 들어 있다. 읽는 이에게 손상없이 전달된다. 그의 멋드러진 크로키는 그 감성의 구체적 증명이다. 순간들이 들어 있는 소박한 그림들은 그것 자체로 살아 있는 것 같다.

 

책은 왼쪽에 글, 오른쪽에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오른쪽에는 그가 그린 그림 및 사진들이 실려 있다. 호주, 영국의 풍경들, 특히 지하철 안 사람들 크로키들이 많다. 지하철에서 조는 사람을 그린 크로키 중에 이런 메모가 적힌 것이 있다. 살다 보면 미치게 졸리는 때가 있다. 그럴 땐 자야 된다. 그래야 깨어난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나 이런 내용이다. 대충 보면 못보고 지나가기 쉬운 흘려쓴 글씨의 메모. 내게는 이게 이 책의 컨셉트 같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난 그렇게 말하겠다. 졸릴 땐 자야 한다. 그래야 깬다. 흔들릴 땐 방황해야 한다. 그래야 길을 찾는다. 문제는 열심히, 몸으로,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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