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은 아르브뤼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27명으로 간추려진 그들,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실려 있고, 때로 그들에 관한 기사 내지 리뷰 등이 덧붙여져 있으며, 그들에 대한 간략한 개인정보와 작품제목이 이 책 내용의 전부다.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것에 대한 개념설명이 부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웃사이더 아트에 대한 평가나 찬사나 기타 그런 것들을 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아웃사이더 아트를 말 그대로 '소개'하는 데 충실한 책, 단순한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동시에 이 단순한 구성은 이 책의 미덕이다. 나는 이 책을 일부러 설명은 제쳐두고 그림만을 먼저 훑어 보았다. 몇살때 부모를 잃고, 몇살때부터 정신이상증세를 보였으며, 언제 병원에 감금되어...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비록 그것이 독자가 참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일지라도, 괜히 그런 관념에 사로잡혀 어떤 동정적인 시선, 혹은 환타지가 가미된 시선으로 보게 될까봐 말이다.
그림들은 그것 자체로 심미적 쾌감을 주었다. (물론 내 취향에 따라 싫고 좋은게 있으나.) 이미지들은 생생하고 자유로우며 어딘가 미친듯한 구석이 있다. (이건 '정신병원'에 상응하는 '미친'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종전에는 이런 '작품'들을 본적이 없다. 이처럼 제멋대로이고 통제되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것들은 본적이 없다.
2.
카발라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자신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재예의 씨앗을 발화해야 한다. 한 영혼이 한 생에 중에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영혼은 하느님과 재회할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제 2의, 제 3의 생애를 계속 살아야 한다.' 정확친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인데, 요지는 인간은 본래적으로 예술성을 갖고 태어나며, 그것을 발현해야 온전한 존재가 된다,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또 피카소는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인데,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까지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느냐, 라고 했다 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병든 자만이 책을 읽는다 하고, 사회 부적응자와 예술의 연관성을 들추어내기도 한다.
이들은 왜 그렸을까?
이 독창적이고 철저히 개인적인 표현행위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그들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너무 부정적인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삶을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치지 않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그냥,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그들에게 필요했던 최소한의, 최후의 행위가 아니었을까. 그냥, 살기 위해. 아르 브뤼 그림들이 보는 이의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 것은 그것이 사멸하지 않고 존재하기 위한 사투의 흔적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