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한 장, 한 장이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두는 저자이므로, 그는 어떤 그림을 좋아하고, 어떻게 그림을 볼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로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는 재미가 크다.
선별된 12편의 그림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지성과 상상력과 감성의 촉수는 마치 끝을 모르는 듯 자유로이 분방하게 뻗어나간다. 이 책은 그 자유로운 유희의 결과물이다.
물론 이 놀이는 고도로 지적인데,
개인적으로 그림을 이렇게 지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타입이 아님에도 이 그림 읽기를 꽤 재미나게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지적 유희가 기꺼이 동참할만큼 객관적으로도(?) 꽤 재미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사라진 주체"는 압권이었다. 이 장을 읽고 난 뒤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고, 묘한 여운이 남았다.
"누구든지 저와 같지 않다면"은 그림 자체로 흥미로웠고,
"뒤집어진 그림"의 현대성은 실로 놀랍다. 재미있게 읽었다.
"교수대 위의 까치" 까지의 앞의 5편 분석은 사뭇 고전적이고 내러티브 중심적이어서, 말하자면 덜 지성적이고 가장 평범한(?) 그림 관람자의 감상처럼 느껴져서 그런 점에서 흥미롭게 따라가게 된다.
10, 11, 12편은 아직 안 읽었는데,
지금까지는 1편 "주의 얼굴에 침을 뱉은 자"가 가장 재미있는 장으로 기억되고,
아직 안 읽은 후반 3편 중에는 고야의 개가 기대된다.
나는 그림을 감성적으로 대하는 쪽인데, 이렇게 그림을 읽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다.
이 책으로 그 재미를 공유할 수 있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