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기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조언을 건네준 것도 안셀름이었다. 그는 나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말했다. "마샤, 그 어떤것도 요구하지 말고 침묵으로만 기도하세요." 그건 생각지 못한 조언이었고 나는 아마 이렇게 반문했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어떻게기도를 할 수 있어요?" 안셀름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만 말했다. "마샤, 그냥 한번 시도해 보세요."
그 경험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기도할 때 누군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면 그것은 당신에게서 떨어져 있는 누군가와의 대화가 된다. 하지만 침묵하면 당신에게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신과 하나로 존재한다. 침묵의 기도를 반복하면 언젠가는 마침내 그 일체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사랑을 표현하기 어렵듯이 내 언어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나 자신이 신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경험이라고.
나는 자취방 바닥에 바로 누워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바닥에 둔 채 "이뤄지이다"라고 읊조린 뒤 곧바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침묵 상태로 침잠했다. 신에게 어떤 대답도 요구하지 않는 기도. 나를 변화시킨 것은 결국 이 기도 훈련이었다. 그로써 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영적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