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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행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 14,400원 (10%800)
  • 2007-09-28
  • : 7,499

내가 읽은 후일담류 가운데 가장 나와 가까운 시대를 다룬 책이어서 흥미롭게 보았다. (나는 93학번이다. 이미 학생운동의 단물은 다 빠져나간. 물론 나는 단물이 다 빠졌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혀끝으로 몇 번 핥아만 보았다.) 한창 후일담 소설이 나올 때 나는 한국 소설이 싫었다. 지적인 허영과 지나간 시절에 대한 허무함, 자신들이 치른 희생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한 그 소설들은 제대로 된 충격도 주지 못했고 어떤 감동도 주지 못했다. 내가 그런 소설을 읽으며 함께 자위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어서 더 재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후일담으로서의 이 작품은 앞서 말한 허영과 허무, 억울과 분노가 빠져서 좋았다. 자위하는 것이 아닌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을 찾고 완성하는 개인을, 역사에 휩쓸리고 밟히며 역사와 자신의 관계를 탐구하는 개인을 그린 작품이라 좋았다.  

여러 사람의 사적인 인생과 역사를 함께 엮어낸 것은 단순히 작가의 의도나 방법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작가가 파악한 진실이기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김연수의 작품은 늘 더없이 진지하니까. 진지하다는 것은 곧 삶과 작품에 대해 성실한 자세를 견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모범생은 늘 재미가 없다. 

이 작품에 차용된 수많은 이야기들과 음악, 문학작품들은 성실한 모범생이기에 가능한 것일 뿐더러 필요한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김연수가 쓴 많은 인용과 차용에서 지적 허영심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많은 작품들의 그것에서 종종 눈살을 찌푸렸음에도 그랬다. 거기서 나는 진정성만을 읽었다. 다만 지나치게 총총한 그것들이 또 서정성이 강한 부분까지 포함해 읽는 이를 지치게 하는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몰아치는 느낌이랄까. 올라갔다 내려갔다 평탄했다 하는 리듬없이 같은 경사의 오르막을 하염없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에는 힘을 좀 뺄 수 있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진지하고 성실한 김연수의 작품을 좋아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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