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음산함
뿔란 2011/01/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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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 모으는 소녀
- 믹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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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 - 2007-05-19
: 826
그림으로 보아도 그렇고 글씨 크기나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딱 청소년 도서로 보이기 쉽다.
팀 버튼의 굴 소년 이야기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이 꽤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도 그런 학생들의 취향에 맞을 듯도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팀 버튼이 좀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것도 같고.
이 책은 읽기 쉽고, 짧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나는 쥐스킨트를 맨 처음에 좀머씨 이야기로 만났는데 그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좀머씨 이야기도 그림도 어찌나 서정적이고 책도 어찌나 얇고 술술 금방 읽히던지. 그런데 그 내용은 의외로 삶이 아름다워요~ 샤방샤방과는 거리가 멀어서 흥미롭다.
책 소개에도 잘 나와있듯이 이야기들은 모두 안쓰럽고 해피 엔딩은 없고 그렇다고 비극적이지도 않다. 그저 인생이 그렇구나 싶을 뿐인데,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의 인생을 생각하면, 내 인생을 몹시 비극적으로 보고 자기 연민에 빠져 지내는 나의 어떤 숨겨진 면이 몹시 부끄럽기도 하다.
인생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이었던가? 그 박인환이 쓴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 말이다. 인생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 그래서 나는 비극적일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가여울 것도 없고 진정한 기쁨이나 성스러움 같은 것도 만끽하거나 갖기 어려울 것이다. 살짝 살짝 엿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기대해 보는 것도 안 되는 걸까? 하여튼, 엿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인생이 그처럼 통속한데도 어떻게 하면 허무함에 빠져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것인가, 가끔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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