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타고 달리듯 붕붕 진도가 잘 나가는 소설들이 내가 최후로 읽었던 놈들이었다. 그러다 드디어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했던 '시르트의 바닷가'를 읽었다. 처음엔 이 작품의 리듬감에 익숙해지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다. 뒤에는 작품은 천천히 읽어야 맛이 나는데 스토리는 너무 궁금해서 그냥 후루룩 스토리를 읽어 버렸다. 게다가 그날이 도서관 책 반납일이기도 했다.
작품의 리듬에 익숙해지자 곧 김훈의 '칼의 노래'가 생각났다. 이런 작품도 있구나, 우아... 라고 나를 놀라게 했던 작품. '현의 노래'에서는 좀 질리기도 했던 김훈의 문체. 물론 쥘리앙 그라크의 문체가 더 복잡하긴 하지만, 내밀함을 주로 잡아내는 것, 내밀함을 묘사하는 독특한 어휘와 표현, 서사를 그 안에 숨은 내밀함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 김훈과 쥘리앙 그라크의 공통점이다. 읽다보면 탄복할 수 밖에 없다. 아 이런 느낌을 이렇게 잡아내 이렇게 서술했구나! 하고.
세상이 각박해선지 내 마음이 너무 바쁘다. 아름다운 소설도 버거운 것이나 좀 귀찮은 것이나 심지어 낡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슬프다. 내밀한 리듬을 잡아낼 수 없다면 내 마음도 밀도있게 알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세상이야 봐도 봐도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세상보다 더 난해한 것이라는 점이 참 힘들달지 재밌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