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씨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무척 좋아한다. 한때는 외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마음만 있었다. 실천이 따라주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읽은 횟수도 아마 5번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만 가득한 내게 "작가"라는 책은 차갑고 냉정한 현실을 말한다. 나는 읽으며 대답한다. 물론 그렇겠지-.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실천이 부족한 인간형이 낙천적인 법이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매우 많다. 외국 작가의 것도 많고 국내 작가의 것도 많다. 이 책은 그많은 책 가운데 국내 상황에 충실하며 등단이라는 상황의 앞 뒤를 아울러 근본적인 문제들을 지적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중적인 쟝르소설이 아닌 순수소설 작가의 문학生에 대한 안내라고나 할까.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아직 많은 일(이곳저곳 수강, 이모임 저모임 참여, 닥치고 습작 등)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욱이 꼭 일독이 필요할 듯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실력, 기복없는 능력 등을 강조한 점이 좋았다. 지루한 일상의 화려한 외출로 등단을 꿈꾸는 것이 아닌 작가로 살고 싶은 자에게는 그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많은 작가를 배출한 유명 모임의 선생님으로 알려진 터라 등단 필살기 등이 실렸다면 정말 재미있기도 했겠지만, 다행히 저자는 개그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소설아닌 글은 처음 읽었다. 읽다보니 저자의 소설에 묻어 있던 '꾸준함'이라는 미덕의 맛을 이제야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등단작 '스러지지 않는 빛'에서 느꼈던 별 재미 없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던 내 마음도 이제는 이해하겠다. 어쩔 수 없이 글에 녹아들어간 열정이 최고의 조미료였던 듯.
사람의 능력은 참 이상하다. 계속 뛰면 마라톤도 뛰고 계속 쓰면 장편소설도 쓰는 게 사람이다. 인생은 재미있는데 나는 게으르다. 역설이야말로 세상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