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나를 찾는 여행
  • 마녀의 한 다스
  • 요네하라 마리
  • 10,800원 (10%600)
  • 2007-03-25
  • : 962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책을 살때조차 특가 세일 코너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마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그런 것처럼. 특가 세일 코너의 책들을 꼼꼼히 짚어보며 횡재를 하려고 눈이 벌개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행동은 어처구니 없는 결말(누구에게 주기도 부끄러운 책을 사게 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은근 대박을 치기도 한다.

책을 다 읽자 마자 나는 저자의 다른 책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열심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출판사인 마음산책에서는 어찌 보면 뻔뻔스럽게도, 그러나 나에게는 참 기쁘게도 책의 뒷날개에 요네하라 마리의 번역서 목록을 주욱 늘어놓아 주었다. 아마 나의 장바구니에는 같은 저자의 '대단한 책'이 담기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일러 동시통역사이다. 동시에, 아마도, 대단한 독서가이다. 동시통역사로서 이런저런, 역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혹은 시시콜콜한 서로 다른 문명간의 만남과 충동을 겪은데다 어린 시절은 내가 가보고 싶은 도시 프라하에서 지냈다. 게다가 책까지 많이 읽었으니 그녀의 넓음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을 듯하다.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넓은 안목으로 아주 재치있고 쉽게 글을 썼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사유는 결코 얕지 않은 듯하다. 주로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촌철살인 식으로 가슴에 남는 말을 남기는 식이다. 

단순한 수필이라기엔 역사적인 지식과 성찰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는 '문화인류학'이라고 작게 달았지만, 나는 소련 붕괴 전후의 동유럽 및 구소련 지역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들이 흥미로웠다. 아마 내가 워낙 잘 모르는 부분이라 그랬을 것이다. 또 하나 잊히지 않는 것은 저자가 기내에서 만난 재일 조선인과 나눈 이야기였다. 통일 이전의 독일과 우리 한반도의 운명은 절대로 같을 수 없다는 것. 독일 분단의 책임은 독일에게 있으나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는 것.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때문이겠으나 분단되는 것은 일본일 수도 있었다는 것. 저자는 자신이 읽은 일본 분단을 가상한 소설 몇 편까지 언급하며,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픽션이란 것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피상적인 현실 뒤에 산처럼 버티고 서 있는, 실현되지 않은 '현실'을 읽는 통찰 방법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102쪽

위에서 소개한 내용이 있는 페이지 외에도 다시 보기 위해 접힌 페이지는 꽤 여러 장이다. 다시 한 번 이 책을 보고 나면 나는 또 다른 내용을 더 인상깊게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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