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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탕 아카이브
  • 지역의 섬돌
  • 여태훈.조경국
  • 15,300원 (10%850)
  • 2026-09-14
  • : 490
예상과 달라 흥미로웠던 책. 소소책방 주인 조경국이 진주문고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정리하고 뒷부분에 진주문고 설립자 여태훈의 회고가 실려 있는데, 두 지은이의 의도랄지 생각이 묘하게 달랐다. 조경국이 진주라는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문화의 보급기지로서 진주문고의 공공성을 강조한다면, 여태훈의 회고는 훨씬 상인적 면모가 드러난다. 조경국의 정리에서 묘사되는 여태훈은 시민단체 활동가 혹은 지역사회 큰어른에 가까운 반면, 여태훈 본인의 자기정체성은 사업가에 훨씬 가깝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좌고우면 않고 이에 올라타는 승부사적 장사꾼이랄까.

조경국의 여태훈과 여태훈의 여태훈이 상충한다고, 혹은 어느 한 쪽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태훈이 서점을 열고, 키워가던 9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은 문화와 사업이 함께 갈 수 있었던 예외적이고 독특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면서도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혹은 문화 자체가 사업 아이템이 되는 짧은 시기. 비단 여태훈뿐 아니라, 80년대 초중반 학생운동이나 사회과학 써클의 세례를 받고, 90년대 출판과 같은 문화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터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독특한 시기의 독특한 존재들인데, 이들의 회고나 구술을 좀 더 열심히 모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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