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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저공비행
포르투에서의 공식일정이 종료되고 저녁을 먹기까지 자유시간을 갖는중이다. 일행이 도심의 볼량시장(전통 재래시장)에 있는 동안 미리 한식당에 와봤는데 주택가에 있어서 카페를 찾지 못하고 공원 벤치에서 일정을 복기한다. 내일이 포르투 3일차가 되는데 내일로 잡혀있던 소아르스두스헤이스박물관 방문을 오늘 앞당겨 진행해서 내일은 순수하게 쉬는 날이 되었다(모레 아침 비행기로 오를 예정이라 한밤에 숙소를 빠져나가야 하는 면도 있다).

어제아침 코임브라를 떠나서 저녁에 포르투의 일몰과 야경을 구경함으로써 사실상 핵심 일정은 종료된 것과 다름없었다. 포르투로 향하는 도중 아베리우와 어촌마을 코스타 노바를 들러서 독특한 해변가의 집들과 바다의 풍광을 즐겼다. 아베리우는 과거 염전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운하도 있어서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줄무늬 별장들로 유명한 코스타 노바는 여름휴양지로 이름이 높다 한다. 비수기로 접어들었지만 우리가 점심식사를 한 유명식당은 손님들로 붐볐다.

아베리우는 작가 에사 드 케이로스와 연관이 있는 곳이긴 하다. 우리와는 이제사 안면을 트게 된 작가여서 생애까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는 없겠지만, 여하튼 그의 부모의 집이 아베리우에 있었고 현재는 5성 호텔로 탈바꿈해 있다. 혼외자로 취급돼 부모와 같이 살지 않았던 터라 에사가 직접 발을 들여놓은 집은 아니었다.

오후에 포르투에 입성해서는 의례인 양 시청부터 시작하여 도시중심부를 도보로 둘러보았다(시청 앞에 서사시 <카몽이스>의 시인 알메이다 가헤트의 동상이 있어 확인해보니 포르투 출신이었다. 상벤트 역앞 광장의 이름도 가헤트광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는 상벤투 역을 구경하고 동루이스다리를 건너 모후공원과 세하 두 필라르 수도원에서 일몰과 야경을 구경했다. 다행히 일몰을 즐기기에 맞춤한 날씨였다(금요일부터 이곳엔 비가 온다고 하니 여행에서 날씨는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포르투갈문학의 시작이 리스본의 아침이었다면 끝은 포르투의 일몰로 삼아도 좋겠다. 기헤트나 소피아(소피아 드 멜루 브레이너) 같은 시인이 있지만 우리에겐 번역되지 않아서 포르투는 마치 조앤 롤링의 도시처럼 알려진다. 정작 롤링이 포르투에 살았던 건 20대시절 2년반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포르투갈 남자와 결혼해 첫딸을 얻고 남편과 헤어진 다음 해리 포터의 착상을 얻은 곳이 포르투라고 해서다. 그가 다녔다고 해서 유명해진 마제스틱 카페나 렐루서점은 사실 직접 관련은 없는 것으로 정정되었음에도 이미 확고한 명성을 얻은 터여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아침 우리도 바로 그 두곳을 찾았다. 카페 마제스틱에서 에스프레소와 차를 마시고 미리 예약한 시간에 렐루서점에 입장해서 책구경을 하고 책을 구입했다. 포르투갈문학뿐 아니라 각국 세계문학 정전들이 예쁜 장정의 시리즈로 진열돼 있었다. 포르투갈문학은 카몽이스의 <루지아다스>와 페소아의 <메시지>가, 세계문학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책이었고, 동양서로는 <손자병법>이 대표격처럼 보였다.

점심을 먹고 방문한 소아르스두스헤이스박물관은 2층이 미술관이고 3층이 공예관이었다. 우리가 주로 본 건 2층의 미술작품들, 특히 포르투갈의 국민조각가 소아르스 두스 헤이스(박물관의 이름은 그를 기념한 것이다)의 대표작들이었다. ‘추방된 자‘와 ‘야생화‘ ‘사우다드‘ 같은 작품을 화집으로도 보려했으나 특이하게도 기념품샵에 없었다.

해질 무렵이 되니 기온이 좀 떨어지는 듯해 가방에 넣어온 패딩을 걸치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저녁시간까지는 아직 한시간 넘게 남았다. 도루강의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동네를 좀더 둘러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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