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문학기행 8일차였다. 통상의 경우라면 마지막 날이었을 텐데 이번여행은 9박11일 일정이라 오늘 하루가 더 남았다. 정확히는 반나절 정도의 일정이 남은 상태다. 오전 일정만 진행하고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마지막 공식일정이기 때문이다. 오후는 자유시간.
어제아침 일찍 크라쿠프의 숙소를 떠나 1시간반쯤 거리의 오블렝고레크로 향했다. 이 낯선 지명은 헨릭 시엔키에비츠박물관(통상 시엔키에비치로 표기돼 왔는데 폴란드문학 전공자들이 시엔키에비츠로 옮기고 있다. 통일되지 않고 병행될 듯하다)이 거기에 있지 않다면 인연이 없었을 장소다. 문학기행이 시작된 이후에도 여행사의 문의에 회신이 없어서 일정 진행여부가 불확실했는데(방문하고 나서야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담당직원이 영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엔키에비츠박물관(시엔키에비츠궁전으로도 불린다) 진입로는 버스가 출입하기엔 폭이 좁아서 도보로 이동했는데 라임나무 가로수가 길 양쪽으로 멋들어지게 늘어서 있어서 걷기에 좋았다. 길 끝 언덕에 박물관이 보였는데 눈이 쌓여 있는 설경과 어울려서 근사한 모습이었다. 짐작에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 방문자는 거의 없을 것 같은 박물관에 단체로 입장해서 1, 2층 전시물들을 둘러보았다.
1층만 보면 작가의 서재와 침실 등 여는 작가박물관과 다를 바 없는 전시여서 단출하다는 인상이었는데 새로 꾸민 것 같은 2층은 시엔키에비치의 노벨상 수상 관련 사진과 자료, 작품들, 특히 <쿠오바디스>(여러 차례 영화화된)와 연관된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고 장식용 서가의 <쿠오바디스>를 비밀문으로 한 비밀의 방까지 마련돼 있었다. 방문자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새로운 구성이었다.
시엔키에비츠박물관에서는 주로 역사소설에 주력했던 그의 작품세계를 톨스토이와 비교 설명했다. 월터 스콧부터 시작되는 근대 역사소설의 역사에서 시엔키에비츠가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과 특징은 국권 상실기 폴란드 작가라는 특수한 사정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쿠오바디스>도 마찬가지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비해 퇴행적으로 보이는 그의 역사소설은 민족주의와 결합된 신낭만주의적 문학관의 소산이다.
바르샤바로의 이동 시간 때문에 박물관에는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곧게 뻗은 가로수길을 걸어나와 다시 버스에 올랐다. 마지막 목적지 바르샤바를 향하여 다시 출발. 등산으로 치면 문학기행은 이제 8부능선을 넘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