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에서 크라쿠프로 돌아오는 길에 해는 저물어서 쉼보르스카가 묻혀 있는 묘지에 들어설 때는 이미 한밤중과 다름 없었다(오후 5시를 갓 넘긴 시각이었음에도. 묘지는 오후 6시까지 개방이었다). 어제 이미 찾아왔던 분들이(˝두 번은 있다˝) 안내를 맡아서 시인의 무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아주 멀리서 온 독자들이 시인과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한겨울의 무덤 속에서도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묘지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20분쯤의 거리. 나는 크라쿠프에서 마지막 미션으로 어제 봐두었던 서점을 다시 찾아갔다. 구시가지 광장에 있는 서점 엠픽(empik)은 1610년에 문을 열었다는 곳으로 역사가 자그만치 400년이 훨씬 넘는다. 크라쿠프는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가운데 하나(내부와 외관은 새단장한 모습이어서 역사적 무게감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리고 자연스럽게도 지역주민 쉼보르스카가 자주 찾았을 서점이다(자주 들렀다는 카페도 근방이었다).
서점 안쪽에 쉼보르스카 코너가 있어서 책과 사진 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한국어판 <끝과 시작>도 보여서 반가웠다. 폴란드문학 외에 당연히 세계문학 책들이 많이 꽂혀 있었고 한국 작가의 책으론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그리고 <흰>의 폴란드어판이 눈에 띄었다. 첫날 바르샤바 공항에서 구입하지 못한 <흰>을 크라쿠프에서의 기념품으로 구입했다(하드카바이고 가격은 2만원가랑. 커피값도 책값도 결코 우리보다 싸지 않았다).
그렇게 크라쿠프의 모든 일정이 무탈하게 마무리되었다. 과거 폴란드의 수도였던(수도는 17세기초 바르샤바로 옮겨진다) 역사도시이고,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며, 요한 바오로 2세가 대주교로 봉직혔던 도시, 그리고 시인 쉼보르스카의 도시. 크라쿠프여, 안녕! 아침을 먹으면 떠날 도시에 미리 인사를 적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