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브르노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 진행한 일정을 적는다. 이번 문학기행에 브르노를 포함한 건 순전히 쿤데라를 고려해서다. 한국에서 체코문학의 존재는 전적으로 쿤데라에게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나도 예외가 아니다. 프라하 혹은 체코 작가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가라면 단연 카프카에 이어서 쿤데라를 꼽게 된다(차페크가 뒤를 잇는다. 물론 체코 내부에서라면 순위가 달라진다).
하지만 쿤데라와 체코의 관계는 복잡하다. 8년전에(2017년 가을) 프라하를 찾았을 때만 해도 쿤데라는 체코 국적을 여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서점에서 쿤데라의 책을 보지 못했다).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한 쿤데라는 1979년 <웃음과 망각의 책>이 시비거리가 되면서 체코국적을 박탈당했었다. 화해가 이루어지는 건 2019년에 와서 체코정부가 적극적으로 관계회복을 시도하면서부터다. 다시 체코 국적을 회복하게 되었고 2023년 타계한 뒤에는 유해도 고향 브르노로 옮겨진다(작년 1월). 한번 적은 대로 올 7월에 묘지에 안치된다.
모라비아지방의 중심도시여서 브르노에는 모라비아주립도서관이 있는데(체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서관이라고), 도서관 1층(우리에겐 2층)에 쿤데라도서관이 마련돼 있다. 일행이 브르노를 찾은 이유다. 점심식사 후에 곧바로 찾아간 곳도 바로 쿤데라도서관. 나중에 쿤데라박물관이 생길 지 모르겠지만(그의 생가도 브르노에 있다) 당분간은 쿤데라 아카이브 노릇을 하게 될 장소이다. 실제로 한국어판 전집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나온 쿤데라 책 3000종 이상을 모아놓고 있었다.
사생활에 대해서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고수한 작가답게 쿤데라도서관에는 쿤데라 개인과 관련한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프라하의 카프카>처럼 <브르노의 쿤데라> 같은 책자도 나오면 좋겠다). 다만 그의 책들만 있었다(그가 애정했던 라블레의 책 정도가 예외로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1988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그땐 송동준 교수의 독어판 번역본)으로 처음 만난 작가의 고향, 그가 묻히게 될 도시에 와서 기념사진을 찍으니 감회가 없지 않았다(문학기행을 진행하는 이유다).
쿤데라도서관 방문으로 4일차 문학일정은 마무리되었고 일행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브르노 구시가를 둘러보았다. 저녁시간이었지만 야간투어의 느낌이었다. 날이 밝으면 크라쿠프로 떠나기 전에 다시 걸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