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체코폴란드) 문학기행 전야에 마지막으로 읽은 건 필립 로스와 밀란 쿤데라의 대화다. 대화라고는 하지만 필립 로스가 인터뷰어로 질문을 던지고 쿤데라가 답하는 형식이다(로스는 영어권에 쿤데라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로스의 가계 자체가 동유럽(갈리시아) 유대인 이민자이므로 동유럽(쿤데라의 개념으론 중유럽 내지 ‘납치된 서유럽‘)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다. 두 작가는 주로 <웃음과 망각의 책>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는데, 쿤데라가 소설의 지혜를 말하는 대목에선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다(고 느껴진다).

로스: 그러면 이것이 선생님의 비관주의에서 가장 멀리 나아간 지점이라 할 수 있을까요?
쿤데라: 나는 비관주의와 낙관주의라는 말을 경계합니다. 소설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아요. 소설은 문제를 탐색하고 제기합니다. 나는 내 나라가 망할지 아닐지 모르고 내 인물 가운데 누가 옳은지 모릅니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서로 맞서게 하고 이런 수단으로 질문을 합니다.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모든 것에 답을 가지는 것에서 옵니다. 소설의 지혜는 모든 것에 질문을 가진 데서 오죠. 돈키호테가 세상 안으로 나섰을 때 그 세상은 그의 눈앞에서 수수께끼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이 첫 유럽 소설이 그이후 소설 역사 전체에 준 유산입니다. 소설가는 독자에게 세상을 문제로 파악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런 태도에는 지혜와 관용이 있죠. 신성불가침의 확실성에 기초한 세계에서 소설은 죽습니다. 전체주의 세계는 마르크스를 기초로 하든 이슬람을 기초로 하든다른 어떤 것을 기초로 하든 질문이라기보다는 답의 세계입니다. 그곳에 소설의 자리는 없습니다. - P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