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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저공비행

작년말부터 강의차 들뢰즈의 책들을 다시 소집하고 있는데(대략 5년만의 소집 같다), <프루스트와 기호들>이 프루스트 읽기의 좋은 가이드이면서 동시에 들뢰즈 철학 이해에도 유익한 길잡이여서다. 길잡이를 만난 김에 더 욕심을 내보는 것인데, 일단 고른 것이 <스피노자>다. 물론 <차이와 반복>을 염두에 둔 것이다(알려진 대로 <차이와 반복>이 박사논문으로 제출될 때 부논문이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였다).















문제는 <차이와 반복>이라는 암벽등반에 필요한 워밍업. <스피노자의 철학>부터 단계를 밟아야겠다는 생각에 스피노자 책들도 소집령을 발령해놓은 상태다(이 또한 얼마만인지). 그런데 이게 소문이라도 났는지 대뜸 <스피노자 편람>이 번역돼 나왔다. '스피노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과장이 아닌 대작이다(번역본은 1000쪽이 넘는다). 암벽 등반을 준비한다면서, 더 험난한 암벽을 향하는 것 아닌가란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하는데, 아무튼 장비 욕심이 있는 편이어서 챙기게 되었다. 















국내 스피노자 전공자들의 책들도 방구석 어딘가에는 있을 터라(이 경우는 소집이 아니라 수배다) 찾아보긴 해야 하는데, 여하튼 이 정도면 스피노자 읽기는 성과만 남겨놓은 거 아닌가 싶다(아직 스피노자 주저들, 특히 <에티카>의 정본 번역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게 함정인 것만 빼면).















기억을 더듬어 보면 스티븐 내들러의 책들이 나왔을 때, 스피노자 읽기를 잠시 고민했던 듯하다. 그때도 결행하지 못한 건 <에티카> 번역본 고민 때문이었는데, 시간이 흘렀지만 연구자들의 새 번역본이 아직 안 나오고 있다. 


봄학기에 괴테의 <파우스트>를 강의에서 다시 읽으며, '괴테와 스피노자'에도 관심을 두고자 하기에 스피노자 읽기의 명분은 없지 않다. 더 나아가면, 스피노자를 경유한 들뢰즈로까지 연결할 수 있겠다. 















거기에 다마지오. 느낌에 관한 책을 읽고서 더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뇌과학자의 출발점이 되는 책이 <데카르트의 오류>와 <스피노자의 뇌>이다. 이 '데카르트 대 스피노자'의 구도가 '관념론 대 들뢰즈'의 구도이기도 하다(요즘 핫한 인공지능(비유기체적 지능) 대 인간지능(유기체적 지능)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 전체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책이 어딘가에 있을까.






 










정리하면, 프루스트 읽기에서, 들뢰즈 읽기로 넘어가려고 스피노자 읽기를 시작하려는데, 뇌과학 책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스피노자 왈, 세계는 하나의 실체라고 했던가(들뢰즈 표현으론 '하나의 삶'). 바깥이 없는 스피노자! 그 스피노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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