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노베이션'은 오래된 지혜의 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의 의미를 21세기에 활동하고 조직들이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게 한다.
기업 생존 조건의 변화
기업 생존과 지속가능성의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대규모 시설, 장비, 인력을 핵심으로 하는 '개별 기업의 규모화와 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승자독식의 원칙 아래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는 것만이 기업 성공의 중요한 목표로 여겨졌다. 수직계열화된 시장 구조를 만들고,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경영 전략의 핵심이었다. 주주 가치의 극대화라는 명목 아래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제품, 서비스, 경영 전략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급력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 가치로서 '사회적인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실천 여부를 떠나 '윤리 경영'은 기업의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이자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되었다. 갑질로 낙인찍힌 기업이 한순간에 몰락했다는 뉴스를 보더라도 더 이상 낯선 일로 여기지 않는다.
ESG는 최근의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핵심적인 화두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한때 비재무적인 요소로 치부되며 무시되었던 '환경', '사회', '지배 구조'가 지금은 기업의 생존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평가 기준으로 부상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행정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장'을 필두로 한 관료 집단의 기획과 구상만으로 수립된 제도와 정책, 예산을 아래로 쏟아부었다. 민간 영역은 이를 실행하고 집행하는 역할에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행정은 다양한 민간 조직들을 지시와 명령,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감사'와 '지도'가 중요한 관리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행정의 영역에서 '거버넌스' 혹은 '협치'라는 아젠다가 부상했다. 명목상으로라도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거버넌스를 내세우지 않는 곳이 없다. 각종 위원회에 민간이 참여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참여 예산 등 아래부터의 정책과 예산 수립 과정을 제도화하고 그 비중을 늘리려는 노력이 당연시되고 있다.
패러다임으로서의 오픈 이노베이션
바야흐로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조직 이론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철학과 방법론에 대한 국내의 논의는 아직도 부족하다. 기업과 행정이 내세우는 구호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업과 행정의 '수단'과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있다.
헨리 체스브로의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의 선택'>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진정을 갖고 혁신을 부르짖는 기업, 그리고 행정이 꼭 검토하고 반영해야 할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기업의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가 왜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시장에서 이렇게 빨리 도태되는가, 기업 내부의 혁신 노력이 사업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의 누적되고 축적된 정보와 지식, 학습이 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가,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자 노력이 왜 실제로 조직 운영과 경영에 반영되지 못하는가, 정부와 지자체의 협치 사업의 성과가 왜 지지부진한가, 거버넌스를 표방하는데도 왜 여전히 민간 영역은 자신들을 행정의 들러리라고 여기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또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틀 안에서 현대 사회에서 개인, 조직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조건으로 회자되는 'ESG', '개방성' '회복탄력성', '공유 가치', '생태계', '애자일', '거버넌스', '민주적 리더십', '커뮤니티'의 필요성과 맥락이 제자리를 잡는다.
그런 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단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과 조직이 갖추어야 하는 개념적인 도구와 방법론이 포함된 패러다임이다. 이렇게 인식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치와 필요성, 적용 지점, 시사점을 제대로 짚어 낼 수 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