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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연수에 들어가면서 Year of Wonder가 될 것이라고... 운동, 피아노,독서, 집정리 온갖 꿈에 부풀었었는데... 오리엔테이션하는 중에 발가락을 부러뜨려서 한동안 집콕, 아니 침대콕에,, 한달 반 기브스 신세. 그러더니 계속 여기 아프고 저기아프고. 참 뭐가 맘대로 안돼....경이의 해가 아니라 우울과 무기력의 해가 될 지경. 지금은 코로나로 기침 계속...


마음을 비우고...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는 것을 그동안 살면서 배우고 겪어서 다 알면서,,모르는 척하면서 요란을 떨었던 거지. .그냥 조금씩 매일.. 좋은 날도, 잘한 날도, 안되는 날도, 못한 날도 있는 것인 것을.. 오늘부터 시작해서 계속 경이로운 날들.. 뭐 그런 건 없는 것을 


코로나 걸리기 전 지난 주에 피아노 연습을 다시 시도 했었다. 이번에는 집에서 안하고, 연습실을 한 시간 빌렸었는데.. 연습한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6월 뱃노래와 10월 가을. 개인적으로는 10월을 좀더 좋아하는 데.. 뭐랄까 낭만적인 루바토의 끝판왕 같은 구절이 있어서... 피아노 연주의 황홀에 이르게 하곤 한다는 생각을 어려서 부터 했었다. 피아노 치는 겉멋과 도취에 빠지고 싶으면 치는 곡?  




물론 평소에 좋아하긴 했지만, 이번에 차이콥스키 책을 골라서 들고 가게 된 건 아마도 줄리 델피 탓일 거 같다. 

넷플릭스에서 The Lesson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줄리 델피가 더듬거리며 바카롤을 연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도입부에 나오는 왈츠 풍의 트랙 포함해서 사운드에 신경을 쓰게 하는, 음악이 좋은 영화다)

 아, 근데 음악은 음악이고, 이 영화를 보고 한 동안은 충격과 짠함에 마음이 이상했다.. 

뭐 다른 이유라기 보단 줄리 델피가 너무 늙어버려서... 충격적이었다. 그냥 늙은 게 아니라 특유의 귀여운 웃음이 사라져 버린 완고한 늙음이라니.. 그 사랑스러움은 어디로 갔을까? (줄리 델피 나오는 줄 모르고 봤다가 설마 싶어서 이름 다시 찾아보고 난리를...역할때문이라고 귀여운 할머니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ㅠㅠ)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줄리 델피와 같은 세대와 같은 시대를 살며 늙어왔다. 

(비포 미드나잇이 십년 전 영화였는데, 그때 까지만 해도 예뻤는데... 대체 십년간 무슨 일이 있었니?) 

문득 거울을 보니 나 또한 이제는 완연한 초로의 여인이구나. 젊음의 기운이 모두 가셔버린. 고왔던 미소따윈 흔적도 없는..이 것이 인생일지니. (흐 근데 우리 나라의 오십대 배우들은 대체 뭐지?) ㅋㅋ


따로 마련된 "경이의 해" 같은 것은 없다. 건강도 시간도 모든 게 가지런히 준비되는 때는 없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다치고, 아프겠지. 더 자주, 더 심하게. 

그냥 매일 매일을 살아있다는 것을 경이롭게 여기며 감사하게 살 것.  


조금 더 좋아하는 10월을 손열음의 연주로...



https://youtu.be/VbyQz6o4-aY?si=x3KMs-E0AcZ5A1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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