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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땡님의 서재
  • 입속 지느러미
  • 조예은
  • 13,500원 (10%750)
  • 2024-05-30
  • : 11,560
민영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9급 국가직 최종 면접을 마친 저녁이었다. 본가에 당장 내려오라는 엄마의 부름에 KTX를 타고 네 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 끝에 부안에 도착하게 된다. 삼촌은 IMF의 직격탄을 맞아 구조조정을 당하고 선형이 열두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았었다. 그 시절 기억하는 삼촌에 대한 추억은 케이블 영화 채널 취향이 조금 특별한 삼촌이라는 것이었다. 불가사리, 미믹, 아나콘다, 피라냐 등 괴물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생기를 되찾는 그런 사람이었었다는 기억 속 삼촌,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집트로 떠나 소식이 끊겼고, 뒤로도 여러 소문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이미 죽은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기에 삼촌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에도 다른 사람들은 놀라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삼촌과 주인공 선형의 접점이라면 선형의 밴드 마지막 공연에 민영 삼촌이 왔다는 것과 살아생전 청계천 근처에 작은 상가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부 물품 처리를 조건으로 선형을 지목하여 증여한다는 것이었다. 

상가 시가가 10억이 넘는다는 엄마의 다소 합리적인 귓속말에 반박할 틈 없이 삼촌이 남긴 열쇠와 엽서를 챙기곤 삼촌의 상가로 향하게 된다. 

선형은 20대를 음악과 경주라는 인물을 사랑하며 보냈다. 그렇게 열심히 사랑을 하며 살아왔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결국 모든 걸 접고 9급 교육행정 국가직 최종 면접을 앞둔 상태였다. 이 시기에 삼촌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가 남긴 상가 건물로 가게 되면서 생전 괴물을 사랑하던 삼촌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비밀 공간 같은 지하실에서 삼촌의 진짜 비밀인 인어 피니를 만나게 된다. 누구보다 음악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랑하는 선형을 한눈에 알아본 삼촌의 예상처럼 선형은 다시 돌아오던 현실 감각이 사라지고 인어에 몰입하게 된다. 

조예은 표 현대판 세이렌이라니 너무 매력적이라 숨도 안 쉬고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선형이 경주에게 빠진 계기를 보면 인어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걸 12년간 같이 살아온 삼촌은 모를 리가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자신과 가장 비슷한 조카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인어 피니에게 인간에게는 위험하지만 완벽한 노랫소리를 듣고 싶음에 가장 위험한 행동을 각각 다른 행동으로 보여준 두 사람의 모습은 호러 그 자체였지만 이 소설의 제목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마철에 식성이 변하는 것과 귀소본능 이 두 가지는 진짜 읽으면서 가장 짜릿했던 부분이라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던 순간이었다.

누구나 빠지게 된다는 세이렌의 존재, 인간의 욕심으로 품에 가둘 수 있지만 선형은 더 큰 사랑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류에는 위험이 될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마무리로는 열린 결말이 돼버린 것 같아 어디선가 전설처럼 존재할 인어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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