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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보다 어딘가에

과업에 비해 참으로 희박한 존재감을 가진 로마사의 미스터 셀로판,

그 존재감에 비해 이래저래 호칭만 길고 길어진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결과적으로는 로마를 재건하고 근대 유럽의 기틀을 다졌다고 하지만,

더더 결과적으로는 마치 시험 때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수험생처럼 전쟁 때마다 앓아눕는 다소 찌질한 황제로 기억되는 이 남자. (오죽하면 책을 읽는 내내 전쟁 장면이 나올 때마다 "또야! 또!"를 외쳐댔더랬다..) 

그런 그의 삶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책 순서 상 들어가는 말이지만) 죽기 직전에 그가 남긴 "나는 인생이라는 소극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충분히 잘 한걸까?"라는 자문 때문이었다.

유독 연극을 좋아해 가면을 모으는 취미까지 있었다는 아우구스투스,  "그의 신이 욕심껏 불다가 터져버린 악기처럼" 자신의 천재성으로 인해 결국 종말을 맞이한 시저의 죽음이 그에게 남긴 것은 아마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철저히 살아남았다. 조용히 때때로 곧 죽을 것처럼 유약한 모습으로 누구도 그가 위협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가면을 쓴 황제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 것이다.

그는 살아남았고, 성공했고... 조용히 잊혔다.

시저라는 아마데우스(신이 사랑한 인간이라는 뜻 그대로)의 뒤를 이은 조금 영리하지만 그 절박함은 살리에르에 못지 않은 아우구스투스의 삶은 저자의 의도가 어떤 것이든 감동적이거나 교훈적이라기보다 눅진한 슬픔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재미있게(전쟁 때마다 아픈 찌질한 황제라서 지루하다고 시오노 나나미가 말했던가? 애초에 전쟁 장면에는 별 흥미 없는 내가 읽기에는 꽤나 즐거운 로마 풍속사였다.) 읽고 아련하게 책을 덮는다.

뜬금 없지만, 띠지 속에서 저렇게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고 있는 아우구스투스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

(잔뜩 썼던 리뷰가 다 날아가는 바람에 기분 상해서 더 쓰기 싫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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