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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별의상인

170년전 사람의 글

 

1834-1894.

이 책의 저자 필립 길버트 해머튼의 삶의 기간이다.

1800년대....... 지금보다도 무려 170년전을 살았던 사람의 글이다.

 

사실, 상당히 흥미있게 구성된 챕터에 끌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이리 읽고 저리 읽고를 건너뛰며 흥미있게 읽어나가다가 끝으로 갈수록 전체적인 맥락이 잘 안잡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기를 하지 않아서인가 싶어서 처음부터 주욱- 다시 읽기도 시도했던 책이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이 저자는 현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그러자, 그렇다면 생각보다 많이 오늘을, 아니 현시대 그저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치고는 과거 사람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아리몽송하게 읽히는 이 책은 지루한 듯 하면서도 꽤나 여러사람에게 할배처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과거의 사람이라고 하기엔 무서운 통찰력과 미래를 이야기했다.(현시대 사람이 아니라는 콩커플만 벗겨졌을 뿐인데도 굉장히 다르게 보게 되는 내 자신도 참..;;) 현재 우리는 무언가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자기의 연구분야나 관심분야가 너무나 넓고 시간이 없어 빠듯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늘 부족한, 자신을 깨닫곤 하는데(나만 그렇고,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만 그럴수도 있지만^^;)... 할아버지가 되어(각 챕터별 질문대상에게 맞는 사람이 되어 편지를 쓰듯 쓰인글이기에..) 많은 분야의 학문을 수련하는 사람에게 말해주는 조언은 조용한 여운을 주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큼 많은 시간이 없다는 절박감이 할아버지에게는 없다. 매일 하고 싶은 일을 느긋하게 행하며 조용하게 자기의 학문을 쌓을 수 있었다.... 생략.... 자신의 학문이 불완전하다는 비참한 압박감도 없었다." 104쪽

 

이 구절은 특히나 내게 울렸는데, 늘 조급히 해결하려 하고 불완전함에 비참해 하는 나에게 주는 위로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최근 책을 읽다 본 구절도 생각난다. "어린이가 자기는 한계가 많고 부족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 소년이 되는 것이고, 자기뿐 아니라 남들도 모순투성이 인간임을 알게 되면 청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부족하단 걸 알고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이고, 남들뿐 아니라 한계 투성이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으면 이미 노인이 된 것이다.!"(<사람에게 가는 길>,김병수,마음의숲) 남들뿐 아니라 한계 투성이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노인이 된 것. 노인이 되기 이전에는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란 쉽지도 않고 사랑하기가 힘들다는 의미일터.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왠지 어려운 상대를 만난듯이 쉬운 말들로만 이루어진 책이 내겐 어려웠던 책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해나가라는 말을 하고픈지 전에 한번 읽었을 땐 보이지 않던 말들이 내게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가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대상을 선택하여 매일 조끔씩 즐기며 꼼꼼하게 애정을 갖고 구석구석까지 연구한다. 약간 작은 땅을 가진 농부가 자기 땅을 경작하듯이. 이러한 생활이 바로 무엇인가를 연구할 경우에 가장 부러워해야 할 지적 생활이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생각해야 할 다른 측면도 있다.

우리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최초의 장애물은 교육이다. 현대의 교육은 많은 점에서 초보는 가르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가르치지 못한다. 107쪽

 

이렇게 쓰여진, 쉽게 이루어진 교육만으로는 사람을 저절로 자라게 할 수 없다. 아마도 부단히 수련하고 수련된 자기만의 학습으로 스스로 자라날 수 있게 될 것임을 알려주려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하나 하나를 즐김이 진정한 지적즐거움으로 즐길 수 있는 나날로 보낼 수 있음을 알려주려는게 아니었을까. 그것도 아주 아주 머언 옛날 이국땅에서 이미 해머튼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말로 말이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지금도 앞으로도.... 주욱- 이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 작가, 교육자... 들에게 말이다.

스리슬쩍 방법까지 일러주는 할아버지의 말을 곰곰 씹으며 읽다보니 내가 잊고 바삐 살아갈 때 다시 한번 툭- 허니 손을 잡아 줄 것 같은 그런 책.^^ (은근, 나중엔 할아버지의 조크에도 웃게 된다.^^ 이를테면 "아는 체 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금도금에도 얼마만큼의 금이 꼭 필요한 것처럼."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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