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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별의상인



들에 있는 야생화 집에서 키우려면...


내가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 휴학을 하고 국유림관리소에서 일할 때였다. 그 당시 우리 관리소에서 ‘우리들꽃보기’행사를 벌인적이 있는데 그 행사장 가리왕산에서 투명하고 맑게 노오란 “괭이눈”을 처음 봤었다. 그냥 녹색풀들이 군락을 이루며 산바닥에 쫘악 깔려있는데 그냥 걷다보니 그냥 녹색풀이 아니었던 것. 그래서 좀 더 고개를 숙여보니 네모네모난 투명한 노란꽃이 잎과 하나인 듯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맑게 피어있는데 그 오묘한 색감이 햇살과 어우러져 있던 모습이란... 한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 곳엔 현호색, 얼레지, 바람꽃류 등 많은 야생화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내 눈엔 그 괭이눈이 단연 1위이다. 아직까지도. 하지만, 이렇게 야생에서, 높은 산자락에 자라는 야생화를 집에서 가까이 두고 보며 기를 순 없을까? 하고 사람인지라 욕심이 생겨버리고 만다. 산자락에 있으니 잘 볼 수 없다는 욕심이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게 했다. 그러면서 여러해를 보내는데 집으로 올라가는 마을 입구 이발소집 마당에 괭이눈을 소담하게 자라있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다음해부턴 이른봄에 다시 고향을 찾는 일이 없어서일까? 괭이눈이 있던 자리에 눈길을 돌려보지만 보질 못했다.  

 

  

야생화는 왜 키우기 어려울까? 그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고 아니면 상상하기 어렵다면 이 책을 통해 이유를 알아봐도 좋을 것이다. 일단, 집안의 환경과 야생의 비바람 과 차가움, 뜨거운 햇살, 혹은 습한 토지와 나무그늘.. 그 모든 것을 집안에서 같은 조건으로 충족시켜주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야생화는 강한 자생력을, 혹은 금방 시들해지고 죽어버리는 결과를 동시에 주기도 하는 털털하면서도 예민한 아이인 것. 그래서 이 책은 각 야생화별로, 계절별로, 꽃피는 시기별로 해서 잘 설명해 놓아 분갈이와 관리요령에 대해 꼼꼼히 배울 수 있어 좋다. 물론 한 권을 다 읽는다고 해서 그 많은 야생화들이 전부 기억나고 관리요령이 한번에 다 숙지되는게 아니기에 읽고 반납기일에 반납은 하지만 나중에 내가 기를 수 있는 환경에 온다면 아마도 이 책을 사야지 싶다. 두고 두고 보면서 길러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야생화의 매력은 담는 그릇이 투박하면 투박할수록, 소담하면 소담할수록 그 맛을 잘 살려내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달 전, 강원도립화목원에서 산의날을 맞아 행사를 벌여 놀러갔다 왔는데 그곳에서 ‘춘천우리꽃사랑’동호회 사람들이 잘 가꾸어온 야생화들을 한자리에 펼쳐놓은 것을 구경했는데 그 귀여움과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그 본연의 꽃모습이란.... 감탄이 절로 나오고 나도 방 곳곳에, 혹은 야외에 그렇게 키워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올랐다. 그날 처음 본 대문자초. 이름과 걸맞게 大문자로 생겼지만 그 모습은 어찌나 小담한지 그 귀여움에 사진 셔터를 계속 눌러댔고... 그 외에 눈도장으로 얼마나 가까이서 보고 찍었는지 모른다. 야생화덩굴부터 흔하디흔한 벌개미취까지도 그곳에선 다 이쁘고 화려했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어렸을 때 봤던 야생화가 가끔씩 보고 싶고 떠오른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보이지 않는 야생화가 많다. 아마도 저 깊은 산중에 숨어 있거나 관심밖으로 밀려나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를 일. 지금도 그리운 꽃은 논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안개꽃처럼 뽀얗게 피어나던 그 꽃이 가끔 보고 싶다. 어렸을 때 난 그 꽃이 너무 예뻐서 늘 안개꽃다발로 만들곤 했는데 어버이날 카네이션보다 그걸 다발로 묶어서 드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 꽃 이름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습기가 많은(뿌리가 늘 물 속에서 향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논두렁이나 실개천가에 피었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리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 수록 어버이날엔 가까이에 피어있던 야생화로 꽃을 선물하기보담 가게에서 파는 카네이션으로 대신하였다.

이렇게 자연에서도 잘 사라지는 야생화. 더욱 오래두고 보려면 우리의 관심뿐일 것이다. 자신의 자생력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 야생화가 살고 싶어하는 환경을 우리네는 어느새 야금야금 좁혀 그 아이를 이 세상에서 내쳤을지 모른다.

 

화서역에서 나오면 농진청으로가는 길이 있다. 옆엔 풀밭이 가득했고 새가 날아올랐던 모습이 기억났다. 그리고 잊혀졌던 개미딸기부터 시작해 여러 들풀들이 있어서 신기하게 바라보며 들어갔던 기억이 나는데 요 며칠전에 가보니 그곳은 수자원생태공원이 한창 건설중이었다. 그리고 사라진 들판 옆 공사를 가리는 판 위에 살포시 앉아 까악깍 울고 있는 까치를 여러번 보았다. 친구를 만나러 그 곳을 자주 지나게 되는데 어차피 사라진 생태. 다시 지어지는 공원 속에서 많은 나무와 꽃들에 보금자리를 찾아 내려왔으면 싶다. 요즘은 사람이 자연과 가까워지기 보다 자연이 사람과 가까워지기로 한듯하다. 다가오는 것이 위험에 빠질까봐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같이 살기로 작정한 새들처럼, 자연처럼 사람 몸에 붙고 가까이 다가오면 묘한 감정이 인다. 여름날 내 몸에 두세 마리씩 달라붙어 놀던 잠자리들도 기억나고....

이젠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는 자연을 어떻게 친구를 맺어야 상처를 덜 받을지도 늘 고심하며 살아야 할 듯 싶다. 

 



<너무나도 이쁜 금괭이눈^^  출처 : http://cafe.naver.com/jaoll/9469, 촬영 : 허브(ko1091)님> 허브님 사진사용 허락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덧붙이는 말!

이책엔 금괭이눈에 대한 자료는 없습니다. 오해마셔요~;; 저도 그게 제일 아쉬웠어요.^^;

하지만 많은 수종의 야생화와 기르는 방법 등이 나와있습니다. ^^ 참고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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