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증기기관차 미카'
“이번 역은 의왕. 의왕역입니다. 철도대학이나 철도박물관으로 가실 손님은 이번역에서 하차하여 주십시오.”라고 안내멘트를 듣는 노선. 지하철 보라색 1호선 천안행, 혹은 구로.용산.서울역으로 향하는 전철 노선안에 있는 의왕역. 오산에서 인천으로 학교를 다니는 길에 늘 지나는 길인지라 안내멘트만 무시로 들어왔다. 그런데 학교를 오가는 전철안에서 읽게 된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증기기관차 미카]를 읽는데, 그제서야 그 공간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진행방향의 왼쪽 창을 바라보며 늘 가다가 한 번은 반대편의 창을 보며 책을 읽고 가는데 그곳에 바로 미카가 웅장하게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었던 것. 내가 그렇게 몇날 며칠을 무시로 지나다닐 때마다 늘 미카는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 책속에 주인공이 ‘왜 나를 못 알아보고 책만 보며 지나가니?’ 하고 묻는 것처럼. 이번에도 스치고 지나갔다.
별 일 아니건만, 그 당시 혼자 디잉- 하고 머리가 울렸다. 읽으면서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 생각했었는데, 내가 늘 그 곳을 지나치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바로 옆을 매일같이 스쳐지나가면서도 잊어버리고 사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과 기쁨을 선사했던 그 웅장했던 그 거대함들도 세월 속에, 발전 속에 고스란히 먼지옷으로 갈아입으며 가끔 자신을 보러 오는 방문객을 맞으며 호호 미소만 짓는 그런 고철할아버지로 변하는 것이다. 이틀전 잠시 들렸던 이승복기념관도 그렇게 세워진 탱크와 군용 비행기. 물론 그 탱크와 군용비행기가 다시 날아오른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기에 그렇게 녹슬어감이 슬프진 않지만,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이 새삼 세월이 흘렀어도 위용있게 보이기도 하고 또 반대로 초라해 보이게도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예전엔 저 한대가 그렇게 무섭고 위험하게 돌진하고 빠르게 지나갔을진데 지금은 그것보다도 더 빠르게 더 무시무시하게 많은 것들을 잃게 하고 있을 것이다. 빠르고 무서운 효율(?)을 대신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미카를 대신해서 나온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전철뿐만 아니라 지금의 전철 모습을 과거엔 미카가 지녔던 것이다. 그래서 그 미카가 빠르게 지나치면서 못 본 것들을 그 후대가 나옴으로써 자신이 지나쳤던 것들과 사연들을 재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들도 돌아봄은 물론이면서.
돌아봄에는 항상 따듯함이 있어 좋다. 어딘가 빨리 빨리 발전해야겠고, 성공해야 하는데,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이 들때면 더욱 돌아보게 되고 먼 아주 먼 미래에 내가 과연 그 시간을 거치고 났을 때 난 어디에 어떻게 서 있을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다 보면 따뜻함과 여유를 주는 이런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자꾸 자꾸 찾게 된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어른을 위한 동화를 따뜻하게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