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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헹구어주는 세탁소
  • 도가니
  • 공지영
  • 10,800원 (10%600)
  • 2009-06-29
  • : 31,517

거짓과 모순, 폭력의 도가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뻔한 동화 속 세상이 아니다. '뻔한 세상'이 아니라는 말은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은 사건과 사고가 항상 존재하고 우리는 그 일들을 '남 일'처럼 넘겨버리며 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말이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그런 우리의 삶과 사회를 말하는 단 하나의 단어이다.  

맑은 날보다 안개 낀 날이 많은 무진시에서 '안개끼고 흐린 날에 화 내기보다 맑은 날이 운수 좋은 날'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무진시'라는 공동체적 사회에서 자신들의 이익과 권익을 위해 서로를 돌보아준다(물론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단어이다. 그들은 서로 '돌보아주고' 있다). 그 곳에 세워진 청각장애인들의 학교인 '자애학원'. 이 자애학원이 독자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그 장소이다. 

'끔찍하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눈물나게 아프다'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소설 속 이야기가 비단 소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그 고통은 인내하고 감수하며 살아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하는 또 다른 이들은 그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끔찍한 세상에서 벌어진 살 떨리는 사건을 파헤치면서 나는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분노하고 울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참으로 흡인력이 강하다. 빠른 전개와 독자들의 생각을 말해주는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참 쉽게 소설에 빠져든다. 하지만 공지영의 소설에는 독이 있다. 그것을 독이라는 것을 알고도 마실 것인지는 또다른 누군가의 몫이다. 그 독이 입에 쓴 이는 분명 후회할 지도 모른다, 2시간만에 소설을 읽고 허무감을 감출 수 없었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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