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거래하시겠습니까?”
예전부터 타로카드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배우기 시작했다. 한 장의 카드에 그렇게 많은 키워드가
있는지 몰랐고 내담자의 고민을 아주 정확하게 읽어내는
카드의 능력에 진짜 놀랐다.
<이곳은 타로카드 상담소가 아니다>는 제목 그대로
“타로카드”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인간에게
상처를 주는 어떤 “기억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런 나쁜 기억들은 삭제해버리는 것이 맞을까?
주인공 이솔은 타로카드를 아주 능숙하게 읽는다.
단순히 카드에 그려진 상징을 풀이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치 카드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듯한 그녀가 신비롭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찾아온 내담자인 유주와 재민
그들은 각각 “외모”에 대한 불안과 “폭력”에 대한
기억이 낳은, 자신을 감싸고도는 “검은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하는데...
“기억이 강제로 사라진다고 해서 상처까지 지워지는 건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 깊은 상처로
남는 기억들도 있다. 그것들은 마음속에서 점점 몸집을 불리다가
결국엔 현재의 삶을 위협하는 괴물이 되기도 한다.
이 책 <이곳은 타로카드 상담소가 아니다>은 판타지적 상상력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화려하고 현란하게 펼쳐지는
이미지들 덕분에 오히려 인물들이 겪는 고통이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기억은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좋을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연인들이 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의 삭제를 택했듯, 우리는 때때로 아픈 기억만 사라지면
고통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망각이야말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아픈 기억 역시도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일부다.
통째로 지운다고 해도 상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
존재의 일부만 사라진 채....
책 <이곳은 타로카드 상담소가 아니다>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었다. 우선 현실의 타로카드가 질문자의 내면을
비추는 상징적 도구라면 작품 속 타로카드는 좀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다. 액션 영화 속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 아래에는
타인의 상처를 대하는 등장인물들의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상대방의 고통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진심으로
들여다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씨가 감동을 준다.
우리는 어쩌면 “기억”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쁜 기억은 무조건 삭제하고 행복한 기억만 가져가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기 쉽다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해방”은 기억을 깨끗이 삭제하고
상처를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마주하고
더 이상 그 기억이 현재의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먹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타로카드는 예언의 도구가 아니라
각 인물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보였다.
치유 능력을 가진 이솔과 타로 카드의 신비로움
그리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눈부신 판타지의 세계...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모두 나의 것이라는 말을
하는 책 <이곳은 타로카드 상담소가 아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