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사랑하라 쓴 대문호 ‘톨스토이’
가장 행복한 얼굴을 그린 환희의 화가 ‘르누아르’
작품은 작가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책 <거장의 사생아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생 어린 여자아이들을 그렸던 르누아르와 약해빠진
인간의 여러 죄를 나열하며 끊임없이 참회로 이끄는 듯한 작품을 썼던 톨스토이.
엮은이 홍선기 작가는 본격적으로 두 거장의 생애를 이야기 하기 전에
독자들이 그들의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마치 한
예술가의 내면을 작품을 통해 먼저 들여다본 뒤, 그것이 어떤 삶에서
태어났는지 설명을 듣는 기분이었다.
작품 속에는 그들의 삶과 가치관, 때로는 감추고 싶었던 상처까지도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홍선기 작가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다시 그림을 감상하고 소설을
읽으니 처음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톨스토이의 단편 중에서 <주인과 일꾼>은 죽음 앞에서는
돈이고 명예고 간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을 말하고 있어서, 어쩐지 상당히
종교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악마>는 강렬한 성적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 예브게니
이야기인데 단순히 불륜을 말하기보다는 욕망 앞에서 마구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작가가 날카롭게 포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톨스토이의 작품이 인간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또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얼마나 쉽게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쪽이라면 르누아르는 창밖으로 보이는 빛과 사람들, 삶의 아름다움과 환희를
화폭에 담으려 했던 듯.
톨스토이가 인간 내면의 불안정함과 참회라는 주제를 파고들었다면
르누아르는 삶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려 했달까?
“톨스토이는 평생 거울을 들여다본 사람이었고, 르누아르는 일생 창문
너머를 본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평생 자신의 욕망과 죄책감,
신앙과 참회 사이를 오가며 내면을 응시했던 톨스토이와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과 아름다움을 붙잡으려 했던 르누아르.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도 있었다. 바로 혼외 자녀가 있었다는 점이다.
톨스토이는 혼외 아들의 존재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르누아르는 딸에게
최선을 다해 경제적인 책임을 지려했다.
비슷한 상황 속에서도 전혀 다른 선택을 했던 두 사람의 모습은 위대한 예술가
역시 모순과 한계를 가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품은 어쩌면 창작가가 남기는 가장 솔직한 자서전인지도 모른다. 각자의 방식대로
남기는 일기장 혹은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생 내면이라는 거울을 닦고
다듬었던 톨스토이와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포착하고자 했던 르누아르의 이야기
<거장의 사생아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