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살 먹은 중년의 고양이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만큼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도도하지만 약간은 바보같고 가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오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묘르신.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이 책은 역시 독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재미가 있었다. 단지 귀여운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페이지를 넘길수록 인간 사회의 허영과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소설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소설의 주인공 고양이는 이름은 없지만 인간 관찰을 즐긴다. 쥐 한 마리는 제대로 못 잡지만 작은 눈동자는 늘 인간을 향해 있고 영리하다. 이 고양이는 인간들보다 훨씬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기에 그의 눈에 들어온 인간은 참으로 무용하고 이상한 존재들이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뒤에서 험담을 하고 속을 끓인다. 인간들의 이런 사소한 다툼이 고양이의 눈에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일일 뿐.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진짜 묘미는 마치 코미디언들의 만담처럼 이어지는 인간들의 수다와 그걸 바라보며 깐족대는, 마치 현자같은 고양이의 입담이다. 주인 구샤미 선생과 그의 친구들, 특히 메이테이 선생이 늘어놓는 헛소리와 진짜 같은 거짓말이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다. 그리고 도도한 바보라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고양이가 떡을 훔쳐 먹다가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것도 상당히 웃겼다. 우리집 묘르신이 가끔 연출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이 책에도 등장하다니....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히죽거리며 웃다보면 이상하게도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들은 약간의 거짓말에 허세를 부리는 어리석은 존재들이긴 하나 동시에 어딘가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다. 인간이란 매순간 외롭고 불안하며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 따라서 식견이 높고 도도한 한 고양이가 펼치는 풍자에는 깊은 연민도 스며들어 있다.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0년이 넘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옛날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데카르트의 철학까지 알고 있고 여러 삶에 대한 진리를 늘어놓는 고양이의 잔소리가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뼈를 때리는 느낌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쓰메 소세키 작가가 고양이의 눈을 통해 인간을 비웃은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가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서 인간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의 모습 속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