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세상,
부모가 왜 살겠니,
자식 지키려고 사는 거지."
소설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는 영화 <부산행>의
긴박한 공포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가족 일상사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작품이다. 평소에는 사소한 일로 지지고
볶으며 살던 평범한 한 가족이, 생사가 오가는 위기 속에서 서로를
위해 처절하게 달리는 모습을 그린다.
평온하던 어느 날, 단순히 감기를 일으키는 줄 알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변이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와르르 무너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슬럼프에 빠져서 글을 못 쓰고 있던
소설가 ‘초과’에게 이는 마치 소설과도 같은 상황??
정겹던 골목은 이제 피와 살을 탐하는 좀비들의
느릿하지만 공포스러운 움직임으로 가득하고
그들에게 폭력을 가하며 낄낄거리는, 광기 어린
사람들과 살 길을 찾아 도망치는 사람들의 두려움 어린 눈동자.....
이제 세상은 지옥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생생한 묘사도 재미지만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극한의 상황에서 각성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있다.
틱장애로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로 지내던 장남 ‘근대’는
오직 가족과 이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팀과 뭉치기 위해 쇠 국자를 무기 삼아
거리로 나선다.
막내딸 초과는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썸남’ 윤재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몸을 싣고
그야말로 날아가고, 집에 남아있던 엄마 숙영 씨는
손목터널 증후군의 톡증마저 잊은 채 출산이 임박한
둘째 초희를 위해 그야말로 괴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들의 눈물겨운 사투는 결국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가족애, 좀 더 나아가서 위기 앞에서 너와 나가 따로 없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나만 살면 그만이
아니라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 모두를 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초과와 가족들! 영화 <괴물>이 떠오르는 이 순간!
소설은 이들의 활약을 아주 속도감 있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바이러스 확산 이면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음모와
초과의 ‘썸남’ 인 윤재가 품고 있던 어마어마한 비밀이라는
반전까지 드러내면서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SF 스릴러 영화의 느낌을 풀풀 풍긴다.
저자 강지영은 특유의 감각적인 어휘와 재기 발랄한
표현으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영웅처럼 분연히 일어선 가족들의
활약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여러 좀비물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스쳐 지나간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쇠 국자’를 들고
목숨도 버릴 기세로 달려나가는 사람들.
평소에는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위기가 닥치면
김치 국물 묻은 티셔츠 그대로 달려 나갈 우리 보통
사람들의 영웅심을 건드리는 소설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과연 이 지옥 같은 위기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 가족들은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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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