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피어나는 순간, 인간은 조용히 다른 것이 된다.
책 <감각의 정원>은 일정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나
감각과 이미지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텍스트를 읽다 보면
색깔을 보게 되고 질감과 온도를 느낄 수 있다.
한 인조 가죽 소파는 사람의 "품"보다 더 포근하고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감정은 “돌”이 되어 몸 안에 쌓인다.
이렇게 기억과 감정마저 물질처럼 형상화되는 순간
독자는 이 세계를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지고
우리는 인간 존재와 감정을 좀 더 낯설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저자 아야세 마루가 연출하는 매우 독특하고 기이한 분위기가
이야기 내내 퍼져있다.
이 책은 총 6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소설집인데
여러 단편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바로
<매그놀리아 남편>이었다. 유명 작곡가인 생물학적 아버지로부터
평생 존재를 부정당하며 살았던 남편...
그는 억눌려 살았던 지난날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꽃”이라는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다.
사실 조금은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상당히
기괴하고 음울하게 다가온 단편이었다.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새가 박제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실제로 보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꽃이겠으나
그게 되길 원한 사람의 “바닥없는 절망감”과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눈길을 받으려는 “집착”이
느껴졌다.
이외에도 식물의 숙주가 되어서 공생하며
살다가 뿌리가 심장까지 침식하며 죽게 되는 삶을
그리는 <꽃에 눈이 멀다>라는 단편도 흥미로웠다.
사랑과 애정을 향한 집착은 온몸에 난 싹이나 잎을
물어뜯는 식으로 표현되는데, 선명한 빛깔이나
질감 표현 등 때문에 더욱 더 강렬하게 느껴진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낯설고 기이하게 다가왔다.
독서를 하는 와중에도, 끝난 지금도 다소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는 이미 세상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꽃을 받으면 애정과 감사라는 감정을 느끼고
마음의 부담을 돌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그런 표현 방식이라고 여겨진다.
익숙한 방식보다는 좀 더 낯설고 새로운 표현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매우 독특한 단편소설집
<감각의 정원>
"비밀을 말해 줄 때의 네 얼굴이 참 부드러웠어.
꼭 꽃이 핀 것처럼 보여서 좋았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