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뱀이 있어,
그것도 여러 마리가
프랑스 유명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대문자 뱀”은 1985년 쓰인 그의 미발표 초기작이다. 오랫동안 서랍 속에 들어있다가 뒤늦게 출간된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첫 누아르 장르의 작품인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매우 속도감 있게 서사가 이어진다는 점. 미사여구가 많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마치 소설도 주인공 마틸드 같다고 할까? 효율적이고 냉혹하고 거침없는 킬러.
그녀에게 있어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저 직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 다른 주인공 르네 바실리에브는 형사인데 키가 크고 조금 구부정하다. 외모 묘사만 보면 실력이 없을 것 같지만 나름 능력을 인정받는 팀장급의 형사이다. 그는 부모님 대신에 성장 내내 후원해 준 드라오스레씨를 방문하러 요양원에 자주 들린다. 인간적인 그의 모습이 마틸드와 묘하게 대비된다.
이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지 처음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냉혹하고 강력한 살인 청부업자인 63세 마틸드도 세월을 이길 순 없었던 것일까? 소설은 미치광이 같은 킬러의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긴 하나 한편으로는 기억의 상실이라는 소용돌이에 갇힌 그녀를 비추며 "생로병사를 이길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슬픔”을 다루고 있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작가가 범인을 처음부터 드러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주인공 마틸드라는 인물이 나름 매력이 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거의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냉혹한 인물이긴 하나 대장 앙리에게 품은 연정이 수십 년 이어져 왔다. 날카롭고 차가운 그녀에게도 심장이 있구나 싶은 대목이었다.
애초에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일단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왜냐하면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 방식을 가진 책이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기가 막힐 정도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선혈이 낭자한 장면 앞에서 어이가 없어서 웃게 된다. 작가가 이걸 노렸나 싶기도 했다.
어쨌든 이 책 < 대문자 뱀>은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매력있다. 단순히 범죄 이야기를 넘어서 시간과 노화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달까? 가장 강력한 빌런조차 생로병사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상하게도 묘한 슬픔마저 느껴진다.
중간에 조금 이야기가 늘어지는 면이 있기도 하고 이렇게 쉽게 사람이 죽나? 싶은 이상한 전개 방식에 조금 아리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의 젊은 시절에 쓰인 작품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 소설이 가진 속도감이나 자유로움 그리고 강렬한 캐릭터 묘사 등은 책 <대문자 뱀>을 그야말로 펄떡이는 생선같이 느끼게 만든다.
거칠고 대담하기까지 하게 느껴지는 작품 <대문자 뱀>을 느와르 장르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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