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똑같은 악몽을 가진 부부가 있을까?”
부부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어떤 부부는 남들은 절대로 몰라야 할 어두운 비밀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바로 톰과 웬디 커플이 그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밀봉된 비밀 상자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면? 하찮은(?) 죄의식 때문에 커플 중 한쪽이 조금씩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그 입을 영원히 막아버릴 방법을 떠올리지 않을까? 인간 내면 심리의 미묘한 지점을 매우 잘 포착해 내는 피터 스완슨 작가의 신작 <킬 유어 달링> 속으로 들어가 본다.
톰과 웬디 부부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정된 직장과 풍족한 재산 그리고 똘똘한 아들까지.... 그러나 언젠가부터 웬디의 레이더망에 위험신호가 포착되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망칠 정도로 술에 절여진 채 살고 있는 톰.. 그리고 멈추지 않는 다른 여성들과의 불륜... 하지만 결정적으로 톰이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 얼마 전 부부가 참석했던 디너파티에서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쓰고 있다고 톰은 자랑하듯 떠들었고, 이후 몰래 톰의 컴퓨터 속 소설을 엿본 웬디는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 할 시점이 온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책 <킬 유어 달링>은 특이하게도 시간을 과거로 역추적하는 설정이다. 독자들은 이미 일어난 한 범죄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고 이 커플이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범죄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을 짐작게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사랑과 범죄.. 그 모든 것의 싹을 틔웠던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기묘한 "노스탤지어"의 감정을 일으킨다. 마치 결코 드러나선 안될 비밀들이 쌓여있는 다락방을 뒤지는 느낌과 오래된 사진첩을 거꾸로 넘겨보며 알아선 안될, 금지된 추억에 젖어드는 느낌이랄까? 현재 톰을 바라보는 웬디의 차갑다 못해 살벌한 눈빛과 그들이 서로를 영원한 커플로 느끼게 된 과거의 지점이 교차하면서 범죄 추리소설이지만 이상하게 아련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먹잇감을 단번에 제압하는 육식동물의 눈빛을 가진 웬디 그러나 술에 취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연약한 톰.. 책을 읽는 동안 이 부부를 지금까지 지탱하게 만든 힘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궁금했다. 혹시 가스라이팅과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들이 서로를 운명 공동체 그리고 운명적 쌍둥이라고 여길 수 있는 지점이 있긴 했지만 ( 둘이 생일이 같음 )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웬디라는 여왕 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톰이라는 파리가 점점 걸려들어가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이들의 만남은 애초에 "힘의 불균형" 혹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것.
지킬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어두운 비밀을 만들지 말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소설 <킬 유어 달링> 과거를 완벽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자가 과연 있을까라고 묻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범죄조직은 공통점이 있는데, 내부 기밀을 누설한 자는 처단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조직의 수장인 웬디가 톰에게 하고 싶은 말인 듯. 독자들에게 상당한 몰입감과 스릴감을 주는 소설 <킬 유어 달링> 피터 스완슨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독자들의 관심을 붙들어놓는 전략을 잘 짜는 것 같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과 기존의 추리소설 형식을 약간 벗어나는 구조까지... 아주 흥미진진한 소설 <킬 유어 달링>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