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게 분위기를 조성해나간다는 점에서 커피와 괴담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책 [커피 괴담]은 독자들의 흥미를 꽤 불러일으킬만한 적절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나는 괴담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스스로 왜 이럴까? 궁금해지던 찰나, 책 속에서 답이 될만한 문장을 찾았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다몬의 발언인데, 내가 괴담에 대해서 느끼는 바를 아주 콕 집어서 표현하고 있다.
“나는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책 <커피 괴담>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커피를 마시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공유하는 컨셉이다. 이제 중년에 접어드는 이 4명의 친구들은 음악 프로듀서, 작곡가, 외과의사 그리고 검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인데, 이들은 교토, 요코하마, 고베 그리고 오사카 등의 유명한 찻집을 찾아다니며 커피와 괴담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우연히 시작된 친구들의 괴담을 위한 이 만남은 무려 6회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괴담들의 주제는 상당히 다양하다. 미국 원주민 부족이 만든 곰 장식물이 사고를 미리 예언하다?! 아들과 함께 꽃 사마귀라는 곤충을 잡았을 뿐인데 갑자기 아들의 다리에 낫으로 베인 상처가 생기다?! 돌아가신 숙부의 스마트폰에 깔린 만보기 앱이 갑자기 작동하기 시작했다?! 머리끝이 쭈뼛 서게 만드는 무서운 심령 사건에서부터 여러 차원을 넘나드는 이세계 이야기까지... 어디서 들어본 듯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서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주인공 ' 쓰카자키 다몬'이라는 사림이었다. 그는 속세에서는 무척 가벼워 보이는 사람이지만 ( 뭔가 헐렁해 보이는 성격...) 왠지 영적 세계에 이미 발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서 친구의 할머니가 아마도 세상을 떠났을 시점에 그녀를 목격한다던가, 매우 기괴한 악몽을 꾸고 나서 검사 친구 구로다가 애타게 찾고 있던 사건 단서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묘한 경험을 한다. 분실해도 자꾸만 그에게 돌아오는 낡은 우산은 또 어떤가? 다몬은 특별하다. 어쩌면 평범한 인간들 틈에서 살고 있는 다른 차원의 인간일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 가끔 만나서 안부를 묻는 친구들과 이런 괴담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좀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에 뭔가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즈넉한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둔 채 너무도 익숙한 이 세상 말고 좀 더 신기하고 기묘한 세상 이야기를 나눈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신이 난다. 몸은 현실에 두고 있지만 잠시 이세계로 다녀온 듯한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소설 [커피 괴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