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걷는 풍경을 닮을 뿐이다.”
책의 제목 <산책자의 마음>을 본 순간, 산책의 즐거움을 아는 작가를 만났구나 싶어 반가웠다. 나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산책하기를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걷다가 마주치는 이름 모를 꽃이나 자맥질하는 오리의 궁둥이를 보고도 이상하게 벅차오르는 마음을 느끼곤 했는데, 이 책 <산책자의 마음> 속에서도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감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정고요라는 작가의 필명처럼 고요하게 벅차오르는 산책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산책'이라는 큰 테마를 중심으로 여러 소소한 주제에 따라 쓴 에세이이다. 저자는 강원도라는 지역을 너무 사랑하게 되어 연고도 없는 강원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고 한다. 높은 건물과 백화점은 없지만 산과 바다가 있어서 이곳을 택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산책을 좋아하는 저자에게 있어서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에서는 길을 잃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라는 저자의 마음... 나는 그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산문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읽는 느낌이다. 각 문장에 담긴 풍부한 느낌과 감각적인 표현이 마음속에 깊이 와닿는다. 말하자면 발췌하고 싶은 표현들로 가득하달까? 모래 한 알을 보고 이 세상을 느끼는 저자 "바다를 산책하는가 싶었지만 결국 내 내면의 광활한 우주의 어느 구석을 산책하고 있었네" 그리고 죽은 새에 대한 비유는 매우 독특하다. "그러자 죽은 새는 세상이 한때 펼쳐보았던 책 한 권이었다가 이제 아무에게도 열람이 허락되지 않는 작은 책이 되어 조명 없는 벽감 속에 놓인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저자 개인의 경험이 담긴 매우 내밀한 글도 좋았다. 우선 '곁'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타인의 옆으로는 쉽게 갈 수 있어도 타인의 곁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라는 문장을 보고는 정말 크게 공감했다. 우리는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묘 호떡이에 대한 글을 읽고는 잠깐 울고 싶어졌다. "그 평행 우주로 건너가서 호떡이와 늘 그렇듯 밤 산책을 하고 싶어서 울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생각보다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184쪽 <일상 인간의 산책>에는 스스로를 '일상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상을 소중히 채우는 즐거움과 기쁨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해나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삶에서 큰 것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매일매일의 삶을 귀중히 가꾸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평범한 일상이 모여서 누군가의 삶이 완성되는 법... 나는 나만의 일상의 규칙과 문법이 있는 저자의 삶이 정말로 보기 좋았다. 매일을 정돈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거기에 도망칠 곳을 여러 곳 만든다는 다소 귀여운 규칙도 좋은 듯. 마치 속삭이듯 산책의 즐거움과 기쁨을 이야기하는 책 <산책자의 마음>을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