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다가갈 때마다
내 세계는 뒤집혔다
독서를 하면서 이 책이 과연 SF가 맞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소설은 18세기 항해선 데메테르 호의 모험으로 시작한다. 숨겨진 절벽의 균열을 통과하면 있다고 하는 수수께끼의 구조물을 찾아 나선 탐험대는 몇 번의 재난과 사고를 맞게 되고, 주인공인 의사 사일러스 코드는 그 와중에 몇 번이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희한하게도 사일러스가 다시 살아나게 되면 이야기의 흐름은 바뀌어 있다. 범선은 증기선이 되었다가 다시 비행선이 되고 결국엔 우주선이 되어 새로운 영역을 탐험한다.
항해는 반복되고 세계는 변주된다? 변화된 상태로 다시금 생성되는 이야기 속에는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 균열 속 숨겨진 세계 혹은 지구 내부를 탐험하는 와중에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기는 “구조물”을 발견하는 사람들. 그러나 구조물의 정체를 밝히려는 순간, 재난이 발생하고 사고가 일어나면서 사일러스는 죽는다. 똑똑한 여성인 코실은 작가이기도 한 사일러스의 글을 비판하며 그의 잠든 정신을 깨우는 듯하고, 토폴스키는 거짓말을 하며 아모스는 부상에서 회복된다. 데메테르 호 전에 탐사를 갔던 유로파 호는 재난을 당한 채로 발견되고 선원들은 사라지고 없는데.....
어쨌든 이 책 “대전환”은 쉽게 그 알맹이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한 퍼즐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중간에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이 이야기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기에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소설. 이야기 속 단서들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조각이 비로소 맞춰지는데, 상상할 수도 없었던 대반전으로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영화 “바닐라 스카이”가 자꾸 떠오르는데, 이 영화에서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몽환적인 상황이 겹치고 등장인물들은 어떤 기시감을 겪는다. 그리고 자꾸만 반복되는 키워드들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수학자인 뒤팽은 계속 “구면 전환”, 즉 구체의 내부와 외부를 완전히 뒤집는 이야기를 하고 사일러스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해골이 되는 꿈을 꾼다. 이야기 내내 “죽음” “두개골” “무덤”과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결국 이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 무시무시한 느낌의 “구조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떠오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문장 속 숨겨진 암시나 복선 등은 이 책이 비록 SF 장르이지만 미스터리가 갖춰야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굉장히 퍼즐 같은 구조라,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단서를 모으게 되고 반복되는 사건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이유를 추론한다. 전개는 매우 혼란스럽지만 결말에 이르게 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짜 맞추어지면서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소설. 저자 앨러스테어 레이놀즈는 SF 적 장치 - 수학, 항해 기술, 천문학적 요소 - 등을 활용하면서도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도 한다. "자아와 현실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기존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와는 다르게 우주적 장엄함을 보여주기보다는 다소 압축된 서사를 이용하여 고전 모험 소설의 분위기와 현대적 SF 장르 느낌을 동시에 전해주는 소설 [대전환] 처음에는 혼란스럽겠지만 점점 더 이야기에 매혹되다가 결국엔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될 소설을 SF 장르와 모험 소설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