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폴 블룸은 발달심리학과 언어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그는 수년간 아기의 인지 발달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이 결과를 통해 인간 본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물질과 정신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 이원론적 사고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인간의 사고와 이해도는 학습으로 인해 더욱더 완성되고 성숙해지긴 하지만 선천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어떠한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는 것이 그의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책은 크게 <물질 영역에 대한 관점>, <사회적 영역에 대한 관점> 그리고 <정신적 영역에 대한 관점> 이렇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2부 <물질 영역에 대한 관점>에서 다루는 것은 우리가 사물과 자연을 범주화하는 방식, 본질을 추론하는 방식 그리고 의도성이라는 개념이 예술 문화에 대한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한다. 2장에서는 특히 자폐아와 일반 아이를 비교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많다. 인간은 사물에도 인간성을 부여하는데 반하여 자폐아는 오히려 대상을 물리적이고 기계적 방식으로 이해한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보통 인간은 마음을 읽는 능력을 물체의 영역까지도 확장한다는 것이다.
3부 <사회적 영역에 대한 관점>에서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도덕적 판단의 발달 등을 설명한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고, 아기가 타인을 어떻게 모방하고 공감하는 실험을 통해서 이러한 이론을 증명해낸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우리의 도덕의식은 진보에 따라서 타인에게로 그 범주가 확장이 되고 그 도덕적 범주의 확대 이면에는 공정성, 공감의 확장, 일반화와 설명의 성립이라는 3가지 요소가 작용한다는 사실도 다루어진다. 이외에도 혐오와 유머와 같은 감정도 인간성을 규정짓는 특성이라고 논의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4부 <정신적 영역에 대한 관점>에서는 주로 "영혼"의 개념에 대해서 다룬다. 영혼과 몸은 별개의 것이며 영혼은 사후에도 살아남는다고 믿는, 영혼 불멸에 대한 직관을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저자는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나무' 나 '구약 성서'의 하느님'과 같은 영적 존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탐구한다. 역사적으로 무덤에서 발굴된 많은 유물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인간은 사후세계를 믿고 있고 이것은 우리가 가진 직관적인 데카르트식 시각이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지닌 직관적 이원론이 과학적 현실 인식과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를 논하고 있다.
"인간만의 고유한 정신 구조라는 것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 <데카르트의 아기>는 아기를 통해서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 여러 실험 등으로 아직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기의 정신세계를 탐구한다는게 다소 무모하게 보이지만 결론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영혼이 있을 수 있지만 물질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고 인지 과학을 통해 우리의 감정이나 기억 의식 등은 모두 뇌 작용의 산물임을 밝힌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직관은 여전히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고, 이 믿음을 바탕으로 예술을 창조하거나 도덕성을 확립하고 타인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한다. 인간 본성, 도덕, 종교, 예술의 기원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데카르트의 아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