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단어집이 있다.
자신만의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벽돌로 삼아
하나하나 쌓아 지은 마음의 집이.
누군가의 언어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개성, 사고방식, 감정 형태 등을 알 수 있다. 나의 경우 남편이 한 번씩 내가 잘 모르는 시골 사투리를 쓰거나 하여간 재미있는 표현을 쓰는데, 그 사람만의 독창적인 표현을 할 때마다 "남편 에디션 단어집"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가끔 들여다보면서 낄낄거리는 시간을 가지고 싶달까? 거기에 그림이나 사진 혹은 만화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일 듯. 이 책 <단어; 집>은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평범한 단어집이 아니다. 아주 시니컬한 유머로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실키 작가만의 개성 있는 작품이다.
이 책 <단어; 집>은 실키라는 이름의 작가가 써내고 그려낸 개성 만점의 단어집이다. 인도에서 그림 공부를 하셨고 현재는 프랑스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 그래서인지 그림체가 상당히 유럽스럽달까? 뭔가 외국 만화 같음 ) SNS에 만화를 연재 중인데, 일상에 지친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만화들을 그려내고 있다고 한다. 실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특정 단어에 대한 본인만의 정의를 익살스럽고 재치 넘치는 만화와 함께 담아내는데, 책 표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굉장히 시니컬하다. 그뿐 아니라 허를 찌르는 반전에 생각을 하게 만드는 통찰력까지 있다. 말하자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56쪽 <사람>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에서 까마귀인지 아니면 까치인지 하여간 만화 주인공인 새 캐릭터가 개구리에게 "나는 그 사람, 사람으로도 안 봐"라는 말을 던진다. 그 말을 받는 개구리의 대답은? "... 사람이 제일 심한 욕 아닌가?" 진짜 하나의 문장에 너무나 많은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57쪽 <사랑>에 대한 정의도 단 한 문장이지만 매우 절묘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참아주는가" 아... 나는 진짜 공감했다. 결혼을 해보니 가끔 행복하고 대부분은 버티게 되더라. 모든 장애물과 힘듦과 비용 그리고 시간을 견디면서도 그 사람과 함께 있겠다고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에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바로 38쪽 <치과>에 대한 정의였다. 말 한마디 없이 오직 만화 네 컷으로 치과에 대한 우리들의 공포를 담고 있다. 우선 아픈 이에서 느끼는 작은 공포로 시작되는 만화는 결국 어마어마한 액수가 쓰인 영수증이라는 거대한 공포로 끝을 맺는다. 치과 치료를 받는 동안 느끼는 그 "기절할 듯한 공포"를 표현하는 세 번째 컷은 덤이라고 할까? 이 책은 글로 옮기는 것보다는 직접 읽어보는 게 훨씬 더 임팩트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9쪽 <평소> "평소 뒤에는 늘 꾸준함이 있었다", 107쪽 <불안>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있어서 1부터 z안까지 만들어봤어", 133쪽 <꿈> " 그건 플래닝이니, 드리밍이니? " 등은 한 컷의 만화와 짧은 문장으로도 풍부한 사전을 만들어준다.
174쪽 <묘비명>을 보고 진짜 웃프다는 생각을 했다. 개구리 작가는 살아있을 적에 "그... 마감이 언제까지인데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 듯하다. 눈 근처에는 다크 서클 같은 검은 기운이 맴돌고 있다. 그리고 묘비명은 다름 아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실 수 있나요?"이다. 나도 책 읽고 리뷰 쓰는 활동을 하다 보니까 마치 시간 도둑이 들어서 내 시간을 모조리 훔쳐 가는 느낌이다. 전문 작가인 저자는 더욱더 그렇게 느낄 것이다.
이 책 <단어; 집>은 그야말로 촌철살인과도 같은 재치만점의 표현들과 귀엽고 개성 있는 만화로 각 단어들에 대한 작가만의 정의를 내린다. 읽다 보면 킥킥거리게 되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옛 성현들의 지혜와 작가 본인만의 시니컬한 유머를 담았다고 할까?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정말 지혜롭다..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되는 책 <단어; 집>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