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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엄마의 책 읽는 다락방
  • 만들어진 서양
  • 니샤 맥 스위니
  • 29,700원 (10%1,650)
  • 2025-06-25
  • : 4,960

“서양은 단일한 문명이 아닌 해석과 권력에 의해 구성된 결과물이다”

서양은 실제로 존재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서양과 서양 문명에 대해서 처음으로 배웠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출발하여 중세 기독교 문명을 지나 르네상스, 계몽주의, 근대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끊어지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줄기로서 서사되는 바로 그것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영국의 고고학자 “니샤 맥 스위니”는 “서양이란 이름에 숨겨진 진짜 역사”를 파헤친다. 그녀의 주장은 바로 이것이다. “서양은 언제나 존재했다기보다는 시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신화였다”

우선 이 책은 14명의 인물을 통해서 “서양”이라는 신화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우선 고대의 헤로도토스와 로마의 귀족 리빌라가 있었다. 저서 [역사]를 쓴 헤로도토스는 고대 그리스인을 순수한 유럽 백인 문명의 기원으로 보는 거대 서사와 대립했고 리빌라 서사로 미루어보아 당시 로마인은 지금의 튀르키에 땅인 트로이가 로마의 어머니 도시로 여긴 듯 하다. 이들 외에 중세를 대표하는 비잔틴 황제 라스카리스, 아랍 사상가 알 킨디, 르네상스의 대표자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성 노동자 툴리아 다라고나 등등 이 책에 등장하는 14인은 주류의 시선을 벗어나 서양이라는 개념이 조합되고 구성된 해석임을 보여줬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자신들을 ‘서구’ 혹은 ‘유럽’이라 인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아시아의 트로이(현재의 튀르키예)에서 기원을 찾았고, 이 지역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아우르는 다문화적 제국이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서구 문명이 그리스 고전을 지켜냈다고 생각하지만 그리스 철학의 보존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아랍 문명이었다. 플라톤을 번역한 보에티우스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알 킨디 같은 아랍 사상가들이 헬레니즘 유산을 이어갔다. 그는 철학이란 어떤 혈통이나 문명권에 국한되어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공유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양”이라는 개념과 틀이 만들어져야 했던 이유는? 근대 유럽은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양이라는 문명의 연속성이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서양 문명”이라는 거대 서사였고, 이 거대 서사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하게 된다. 우선 기독교를 중심에 둔 채, 비서양인에 속하는 타자들은 모두 이교도로 규정,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분하고 차별적인 질서를 정당화,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을 두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였다. 앙골라 출신의 여왕 은징가는 본국에서는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과 민족적 투쟁의 아이콘이지만 그녀를 <타자>로 규정하는 서양에서는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이 책 <만들어진 서양>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나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철저히 학술적 근거를 두고 쓰인 글이면서 동시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서 독자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충격과 동시에 신선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역사란 기록하는 자의 관점에 의해서 언제나 달라질 수 있긴 해도, 이 책은 “서양”이라는, 실존하는 개념과 실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허구일 수 있고, 다분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목표로 꾸며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서양 문명이라는 것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이제 필요하다고 느끼는 독자들, 혹은 세계사의 허구와 진실을 똑바로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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