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하루'라는 시간이 힘겨운 분들에게
한 줌의 희망으로 가닿기를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외향적인 언니들.. 그에 비해서 내성적인 나는 언제나 집순이를 자처했다. 더군다나 초등학교 다닐 때 집안 사정상 전학을 많이 다니는 바람에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언제 어디서도 책을 끼고 살았고 책 속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람을 통해서 해결하기보다는 책 속에서 해답을 찾고는 했는데, 오늘 읽게 된 이 책 [마음을 읽고 쓰다]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무려 10명이나 되는 전문가가 힘을 합쳐서 쓴 책이다. 이들은 누군가의 엄마, 친구, 딸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누군가의 선생님, 심리 상담가이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평범한 독자인 우리들은 책 읽기가 우리의 뇌에, 심리에 정확하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아주 명확하게 그 부분을 짚어준다. 저자 오수아님은 나이가 50이 되어서 처음 시를 배우고 필사를 하게 된 은숙의 이야기를 전한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고 어느새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은숙 씨. 가족들을 위해 고되게 달려온 지난날 속에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을 깨닫게 되고 시에서 큰 위로를 받게 된다.
김은남 저자가 소개한 순미 씨 이야기는 독서와 자존감의 관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부모님, 교사 등 주위 어른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자아 존중감을 기르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여자는 필요 없다"라는 말을 듣고 자라온 순미 씨는 스스로에게 큰 열등감을 가진 채 성장하게 되었다. 순미 씨뿐 아니라 나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이런 상태가 아닐까? 싶다. 김은남 저자는 그림책 <가지를 자르는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인으로부터 작고 약해서 사과를 맺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는 주인공 사과나무. 그는 자존감을 상징하는 가지를 스스로 잘라내며 성장한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날아온 새가 가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순간, 나무는 가지를 자르지 않았고 거기서 열매가 맺히게 된다.
저자 서로님은 '송이'라는 이름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생활을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서 남편을 잃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물건을 훔치는 등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들 때문에 큰 괴로움을 느낀다. 친구 명이로부터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책을 선물하게 되는 송이. 그 책을 읽고 난 후 송이는 아들과 함께 상담을 받으며 든든하게 아들의 곁을 지킨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도벽도 없애고 중학교 생활을 잘해낸다. 우리는 모두 한때 폭풍 같은 사춘기를 지나왔다. 저자는 사춘기의 뇌를 리모델링 중인 건물에 비유한다. 리모델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전기 배선이 잘못되기도 하고 어딘가 균형이 안 맞기도 한다. 힘든 시기를 지나는 아이에게 든든한 부모가 되어줄 수 있는 힘을 책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서 읽었는데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남들에 비해서 치매에 걸릴 확률이 확연히 떨어진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기에 설마 그럴 리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책 <마음을 읽고 쓰다>를 통해 일종의 확신을 갖게 되었다. 독서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고 바뀐 생각을 기반으로 행동도 바꾸는 인지 치료라든가, 독서를 하면 전전두피질에 자극이 되어서 우리의 전두엽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상위인지가 발달한다는 이론이 이 책에서 나와있다. 나는 거의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편인데, 내가 하는 활동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 감정, 심리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었다니 뭔가 뿌듯해진다. 아이들의 사춘기 문제 그리고 본인의 감정적 문제 등으로 시달리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마음을 읽고 쓰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